▲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왼쪽)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오른쪽).
[이미영 기자]금호가(家) 형제가 또 충돌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지배구조 재편작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특히 박찬구 회장이 ‘법적 대응’까지 들먹이고 나서면서 이번 사태가 심상치 않은 모양새다.

금호석유화학은 앞서 금호터미널 지분 매각의 적절성을 문제 삼으며 아시아나항공에 관련 내용에 대한 질의와 자료제공 요청 공문을 발송한 바 있지만 적절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판단, 소송 제기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상표권 문제로 법적다툼을 벌이고있는 양측이 이번에는 아시아나항공의 금호터미널 지분 매각을 놓고 대치,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16일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이 금호터미널 지분 100%를 금호기업에 매각한 것과 관련, 이번 지분 매각의 적법성에 대한 법리 검토를 마치고 금호터미널 지분 매각 및 금호기업 흡수합병 일체에 대해 소송을 고려하고 있다.

금호석화는 현재 아시아나항공 지분 12.6%를 보유한 2대주주다.

이번 문제의 최초 발단은 지난달 29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던 금호터미널 지분을 금호기업에 넘기면서부터다. 이후 이달 4일 금호터미널이 새 대주주인 금호기업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하며 금호석화가 반발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지분매각을 유동성 확보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금호석화는 그런 목적이라면 굳이 금호기업에 지분을 넘길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아울러 금호터미널이 사실상 박삼구 회장의 개인 회사인 금호기업을 흡수합병한다는 것에도 문제를 삼고 있다.

우선 금호석화 측은 지난 주말간 관련 내용의 법리 검토를 마친 상태다. 향후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는 오는 20일 금호터미널과 금호기업 합병 결의를 위한 임시주총 전 구체적인 방향을 정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주말 사이 법리검토를 마쳤고, 오늘(16일)이나 내일(17일) 중에 확정될 예정이다. 현재 회사 법무팀에서 고민 중이지만 소송까지 갈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호석화 측은 소송을 진행할 경우 금호터미널과 금호기업의 합병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합병으로 인해 금호터미널이 삼각한 손실을 볼 우려가 있을 경우 합병을 무효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의사록 공개 및 관련 내용에 대한 질의를 했지만 아시아나항공에서는 의사록 공개는 해줄 수 있다고 했지만 나머지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라며 "매각가인 2700억원이 나온 기준 등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합병 고려사항을 보면 금호터미널에 심각한 손실의 우려가 있을 경우 등 합병을 무효화할 수 있다는 조건이 있어 이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소송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석화의 이 같은 행동을 '딴지'로 규정짓고 있다. 금호터미널 지분 매각이 적법한 절차에 의해 진행됐을 뿐만 아니라, 금호석화가 금호터미널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합병 문제를 두고 왈가왈부 할 자격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금호터미널 지분 매각은 외부 회계기관을 통해 가치를 산정하는 등 적법한 절차로 진행된 것이다. 금호석화에서 주장하는 것과 달리 본래의 가치보다 더 비싼 값에 매각한 것"이라며 "또한 금호터미널과 금호기업의 합병 건은 금호석화와 상관없는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금호그룹은 금호석화가 실제 법적 소송까지 진행할 경우 어떤 방식으로든 대응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까지 소송이 진행된 것은 아닌 만큼 구체적인 대응 방법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

이 관계자는 "앞서 관련 내용의 질의를 담은 공문을 접수해 회신을 했다"라면서도 "만약 관련 내용에 대해 금호석화가 소송을 진행하고자 한다면 대응을 할 예정이지만, 현재까지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양측 주장이 팽팽이 맞서고 있어 앞서 지난 2009년 경영권 관련 의견 충돌로 갈라선 뒤 서로의 그룹을 앞세워 끊임없이 싸움을 벌여왔던 것처럼 법적 다툼은 불가피해 보인다.

두 형제 간 싸움은 지난 2014년 3월께 시작됐다. 당시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이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장외 거래를 통해 금호산업 지분 4.9%를 매각한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서부터다.

이 문제가 발단이 돼 금호석화는 그해 4월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이사진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주주총회결의 부존재 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주총 효력정지 가처분은 금호석화가 취하했다.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은 1심과 2심 모두 기각됐고, 이에 금호석화가 대법원에 항고를 했지만 심리불속행으로 지난해 6월 기각됐다. 주주총회결의 부존재 확인 소송 역시 같은 달 기각됐다.

2014년 4월 금호산업은 금호석화가 보유하고 있던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넘기라며 주식매각이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주식양도에 대한 당사자 간 일치된 의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을 결정했다.

현재 두 사람 사이 법적 공방은 상표권 관련 소송만이 남은 상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7년 계열 분리 작업을 하며 금호산업과 금호석화 양자 명의로 변경했다. 실제 권리자는 금호산업이고 금호석화 등 계열사들은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2009년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되며 박찬구 회장이 사용료 납부를 거부했고,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이 금호석화에 납후해야 할 채무 58억원을 상표권 사용료로 상계처리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박찬구 회장은 2013년 5월 어음반환청구 소송을, 박삼구 회장 역시 같은 해 9월 금호석화를 상대로 상표권 사용료 미납분 261억원을 지급하라는 맞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금호산업이 해당 상표의 권리자임을 인정할 아무런 문서도 작성된 바 없다"라며 금호석화 측의 손을 들어줬고, 이에 불복한 금호산업은 항소를 한 상태다. 2심 결과는 내달 16일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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