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 작가
[김승혜 기자]소설가 한강(46)이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상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뤘다.

맨부커상선정위원회는 16일(현지시간) 밤 영국 런던 빅토리아앤알버트 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만찬 겸 시상식에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2016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영어권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이 책을 번역해 해외에 처음 소개한 영국인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29)도 한강과 함께 공동 수상자로 호명됐다.

장편소설 '채식주의자'로 영국의 문학상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받은 한강(46·서울예술대 미디어창작학과 교수)은 밀도 있는 구성과 시적인 문체가 특징이다.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1995), 장편 '검은 사슴'(199년) 등을 통해 슬픔과 외로움 위주의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을 다뤘다.

2005년 중편 '몽고반점'이 이상문학상을 안으면서 주목받았다. 1977년 문학사상사가 제정한 이 상 역사상 첫 1970년대생 작가였다. 다른 70년대생 작가와 차별화된 진중한 문장과 세계관으로 호평받았다.

맨부커상을 받은 '채식주의자'는 2004년 계간 '창작과비평' 여름호 게재된 중편이다. '몽고반점' '나무 불꽃'과 묶여 2007년 장편소설(창비)로 출간됐다.

이와 함께 여행산문 겸 소설인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 말을 잃어가는 여자와 눈(眼)을 잃어가는 남자의 이야기인 '희랍어시간', 5·18 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의 창백한 얼굴을 그린 '소년이 온다' 등이 대표작이다. 동리문학상, 만해문학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등을 받았다.

한 작가의 가족은 문인 집안으로 유명하다. '불의 딸' '포구'로 유명한 작가 한승원(77)이 부친이다. 남편은 문학평론가인 홍용희 경희사이버대 교수다. 오빠인 한동림도 등단한 소설가다.

부친은 딸에 대해 "그 사람의 언어와 내 언어는 다르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 '희랍어시간'을 읽어보면 시적인 감성이 승화된다"고 평했다.

한 작가는 2002년 펴낸 장편 '그대의 차가운 손'(문학과지성사)의 '작가의 말'에서 글쓰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새벽녘에 꾸었던 꿈, 낯선 사람이 던지고 간 말 한마디, 무심코 펼쳐든 신문에서 발견한 글귀, 불쑥 튀어나온 먼 기억의 한 조각들까지 모두 계시처럼 느껴지는 때가 있다. 바로 그런 순간들이, 내가 소설을 쓸 때 가장 사랑하는 순간들"이라고 썼다.

그녀는 25일 신작 소설을 '흰'(난다)을 내놓는다. 세상 모든 '흰 것'들의 안팎을 헤집는 총 65개의 이야기가 실렸다. 2013년 겨울에 기획해 2014년에 완성된 초고를 바탕으로 쓴 글로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를 무력하게 하는 시심 어린 한 작가의 문체가 돋보인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공쿠르 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1969년 영국의 부커사가 제정했다. 2002년 맨 그룹(Man group)이 스폰서로 나서면서 명칭이 맨부커상으로 확정됐다.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은 영국 연방 국가 작가에게 주어지는 이 맨부커상의 자매상이다. 비(非)영연방 작가와 번역가에게 주어진다. 영화로 따지면 아카데미상의 외국어 작품상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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