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숙 기자]정부가 약 3200만명이 가입 돼 있는 실손의료보험에 메스를 댄다. 이를 위해 사상 처음으로 관계 부처 차관급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켜 연말까지 실손보험 제도 개선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18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실손의료보험 제도 정책협의회' 킥오프(Kick-off)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는 보건복지부 차관과 금융위 부위원장이 공동 주재했고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험개발원, 보건사회연구원, 보험연구원 등 유관부처 및 연구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정부는 약 3200만명의 대다수 국민이 가입한 실손보험 제도가 불합리하고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최근 몇 년간 일부 가입자와 의료기관이 과잉 진료를 일삼은 탓에 전체 실손보험료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마땅한 통계나 인프라가 구축 돼 있지 않다.
이로 인해 1년에 단 한 차례도 보험금을 지급받지 않는 약 2500만명의 선량한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가만히 앉아 보험료 인상 폭탄을 맞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수년 내 실손보험료가 2배 이상 오르고, 실질적으로 보험 혜택이 필요한 노년층들이 금전적 부담으로 인해 실손보험 계약을 유지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의 참석자들은 정부와 동일한 문제의식을 갖고 실손보험료 급등세 추이, 비급여 부문 과잉진료 가능성, 실손보험 관련 인프라 정교화 필요성 등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금융위와 복지부, 기재부 등은 이날 회의 내용을 바탕으로 근본적인 실손보험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관계부처 및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TF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보험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해 차관급 TF가 꾸려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TF는 이르면 오는 7월까지 올해 안에 추진할 과제들을 선정하고 8~10월 사이에는 보험업계 등 이해 당사자들을 포함시켜 실무자 회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최종적으로는 12월께 차관급 TF에서 실손보험 개선안을 발표한다.
이동훈 금융위 보험과장은 "과잉진료에 대한 책임 추궁 등의 문제도 있지만 정부가 TF 구성을 통해 추구하는 최우선 목표는 선량한 2500만 실손보험 가입자들을 어떤 식으로 도울까 하는 것"이라며 "대다수 국민이 가입한 보험 제도를 판갈이 하는 작업인 만큼 긴 호흡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접근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크게 3가지 사안을 손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TF는 우선 '감시 사각지대'에 있는 비급여 진료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비급여 의료행위 명칭(코드) 표준화, 실손보험 통계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과잉진료를 일삼는 문제 병원들을 걸러내겠다는 방침이다.
또 합리적인 보험료 산정을 위해 실손보험 상품이 보장하고자 하는 위험 범위 내에서 적정 위험율을 반영하고 그에 상응해 보험료를 책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보험 가입자들의 보험금 수령 편의성 제고를 위해 '간편청구' 시스템 도입도 논의한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보험사에 별도로 진료 영수증 등을 보낼 필요없이 진료 받은 병원에서 즉시 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장은 "올 하반기가 되면 개선된 신손보험 제도와 인프라 구축 방안 등이 나올 것"이라며 "지금 당장 얼마나 큰 변화가 생길지 예측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내년부터는 달라진 제도를 적용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 기자명 김선숙 기자
- 입력 2016.05.18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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