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에 어부지리,차기 당권에 대한 포석

[김민호 기자]민주당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통합신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본격 출범했지만,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

친노(친노무현)·강경·혁신파들이 기초선거 무공천 재검토 논란에 불을 붙인 탓이다.

▲ 이야기 나누는 정청래-문성근
박범계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기초선거에서 야당의 궤멸적 패배가 불을 보듯 환해진 지금 무공천 문제는 약속과 진정성의 문제를 넘어 민주주의의 문제가 됐다"고 밝혔다.

범친노로 분류되는 박 의원의 이런 발언은 무공천에 대해 당내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문재인 의원의 언급과 맞물려 무공천 재검토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무공천은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재논의할 수 없다는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도부 내에서도 입장이 엇갈리는 등 내홍이 확산할 조짐이다. 지도부 일부가 당내 논란이 계속되는 만큼 공론화를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사실상 무공천 제동 걸기의 모양새로 해석될 여지를 남긴 셈이다.

신경민 최고위원은 지난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천, 무공천을 놓고 당 내부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토론의 결론이 나오면 대책과 보안책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당내 혁신모임에서는 여권의 정당공천제 폐지를 압박하기 위한 지도부의 결단과 행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혁신모임은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도 늦지 않았다. 4월 임시국회의 제1의 의제는 '기초공천 정당공천 폐지 입법화'가 돼야 하고 그를 위해 총력으로 집중해야 한다"며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책임 있는 결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와 다르게 통합신당 지도부의 무공천 재검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정치권의 전망이다.

정당공천제 폐지는 통합신당 탄생의 명문이 됐을뿐더러 '약속정치=새정치'라는 김·안 공동대표의 정치적 지향점도 뒤집는 꼴이 된다는 게 이유다.

실제로 김·안 공동대표는 각종 공식 석상에서 약속의 정치를 위해 무공천 관철 쪽에 무게를 실으면서 당내 논란보다는 여당을 공격하는 데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안 공동대표는 28일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정강정책 TV 방송연설'에서 "새누리당은 기초선거 무공천 결정을 바보 같은 짓이라고 하지만 이 결정이 우리 정치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면 비록 손해를 보지만 옳은 결정이 아니겠느냐"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지금이라도 약속을 지키고 정치를 바꾸는 데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통합신당은 또 30일부터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한다.

김·안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역에서 시민들과 만나 정부·여당이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공약을 파기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공약이행을 촉구하는 서명운동과 함께 홍보전을 펼칠 예정이다.

서명운동에 앞서 안 공동대표는 오전 10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이행을 촉구할 계획이다

사실상 무공천 철회 가능성이 어려운 상황에서 친노·강경·혁신파들이 무공천 철회에 집착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정치권에서는 차기 당권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이들이 무공천 철회를 요구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6·4 지방선거에서 자칫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줄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대선 공약을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민주당만 약속을 지키려다 집권당에 의해 풀뿌리가 완전히 장악당하는 상황에 직면, 민주주의의 파괴가 우려된다는 논린다.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차기 당권 장악을 위한 승부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통합신당 지도부의 임기는 1년이지만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수명은 얼마든지 단축될 수 있다.

만약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에 참패했을 경우 지도부는 그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무공천 카드가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선거배패시 당내의 논란에도 무공천 카드를 고수한 현 지도부가 선거전략 미숙 등으로 패배를 자초했다는 비판에 몰려 퇴진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 대선 패배 후 당의 중심에서 벗어난 친노·강경파는 권토중래(捲土重來)를 꿈꾸며 이를 발판으로 다시 당권을 장악해 당의 중심으로 일어설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공천 논란이 지방선거 이후 현 지도부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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