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믿을 수 있는 건 송중기 뿐이다. 브랜드 파워도 약하고 아직 준비도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고…"

20일 프리 오픈한 두타면세점을 둘러보던 한 인사가 내놓은 총평이다. 두타면세점은 두산타워 9개 층을 사용하며 총 면적 1만6825㎡(약 5090평) 규모로 조성됐다. 이날 오픈한 매창은 7개 층, 입점 브랜드는 500여개에 달한다.

그러나 아직은 미완성이다. 명품 브랜드가 입점할 예정인 D5층과 보석·시계 매장인 D2층은 8월이 돼야 문을 열 계획이다. 게다가 K-코스메틱 열풍의 주역인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헤라’ ‘라네즈’ ‘아이오페’ 매장 등은 현재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기자가 찾은 두타면세점은 입구에서부터 의문은 시작됐다. 두타면세점을 방문했을 때 맨 처음 보이는 것은 대형 부엉이 조형물이다. 두타면세점의 상징물로 박서원 두산 유통 전략담당 전무가 기획한 작품이다.

'국내 면세점 중 처음으로 새벽 2시까지 영업을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게 면세점 측 설명이지만, 캐릭터나 CI 등에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이 녹아있어야 한다는 통념과는 한참 거리가 있었다.

입구 '부엉이' 조형물을 접한 사람들 상당수는 "오히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팬더를 세워두는 것이 관광객에게 더 큰 어필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인사는 "재벌 2~3세들의 개인적인 취향을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차(茶)를 공략하기 위해 오설록이 면세점 최초로 입점해 덕음(녹차잎을 볶아내는 거) 과정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한 것뿐 아니라 가전제품도 직접 만져보고 구입할 수 있도록 체험존을 확대시킨 것은 차별화된 포인트다.

하지만 모스키노·베르사체·필립플레인을 제외하곤 어떤 명품 브랜드도 문을 열지 않은 점은 취약점이다.

특히 면세점 매출과 직결될 입점 브랜드 면면이 타 면세점에 비해 초라했다. 이 때문에 한류스타로 떠오른 송중기의 후광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감도 없지 않았다.

대표적인 공간이 3층에 마련된 '태양의 후예관'이다. 이 곳에선 드라마속 세트장을 구현해 중국인 관광객들이 기념촬영을 할 수 있게 했다. 또 고객들은 송중기 그림판과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드라마에 잠시 등장했던 '정○○' 상품을 살 수도 있다.

심하게 말하자면 '정○○' 상품이 한 개 층을 전세 놨다고 표현할 수 있다.

'송중기 마케팅'은 두타면세점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태양의 후예와 관련된 포스터가 면세점 곳곳에 도배돼 있고 3층에 있던 '정○○' 상품은 다른 곳에서도 판매되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송중기 없었으면 면세점 오픈이나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프리오픈 기자간담회에서는 "송중기가 출연한 드라마에 대한 열기가 식을 경우 두타면세점은 어떻게 중국인 관광객들을 모객할 것인가'라는 답답함 섞인 질문까지 나왔다.

뷰티 제품, 주얼리 제품 등으로 구성된 장소도 면세점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브랜드가 많아 의아했다. 이는 유명 브랜드 입점이 잘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입점 브랜드 수는 늘려야 했기 때문에 불가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 등 이른바 '3대 명품' 매장뿐 아니라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프라다, MCM 등의 브랜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각각 두산-패션(D-Fashion), 두산-뷰티(D-Beauty), 두산-마트(D-Mart) 콘셉트로 꾸민 7층~9층은 국내 대형마트, 쇼핑몰과의 차이점을 찾기가 힘들었다. 새로 생긴 면세점이라기 보다는 두타몰을 '면세점화'시켜놓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여기에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면세점을 조성하다보니 공사가 아직 안끝난 듯한 모습이 군데군데 눈에 띈 점도 아쉬웠다.

이날 프리오픈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 대부분은 "다른 곳에 비해 면세점이 좁은 느낌이다", "브랜드 유치가 진짜 안됐네"라는 실망 섞인 말만 남겼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저가 면세점을 표방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 브랜드 구색은 갖춰야 한다"며 "중국인 관광객이 맘에 드는 브랜드를 구입하기 위해 특정 면세점을 방문하는 경우는 있어도 송중기 사진을 보겠다는 의지로 이곳으로 방문할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잠깐 자리를 한 동현수 두산 사장은 “특허권 신청을 하면서 약속했듯 두타면세점은 K-브랜드의 활성화하고 육성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면서 “아직은 미흡하지만 조금만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다.

두산은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국경절(10월) 이전에 두타면세점을 그랜드 오픈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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