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숙 기자]지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증권사 계좌를 만들 수 있는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가 시행 석 달 만에 신청건수가 16만건을 돌파했다.

스마트폰이 증권사 고객 확대에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가 비대면 계좌로 고객들을 대거 끌어들이며 경쟁에 나서고 있다.

증권사들은 기존 판매 채널에 더해 주식 거래를 주로 하는 30~40대 신규 고객 유인 효과가 좋고, 수수료 수익도 고스란히 챙길 있는 비대면 계좌 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다.

◇키움 독보적 1위…미래에셋대우·한국·신한도 상위권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를 처음 도입한 2월22일부터 지난 18일까지 석 달간 삼성증권, 키움증권,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유안타증권, 대신증권 등 10개 증권사의 비대면 증권계좌 신청건수가 16만4148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키움증권에서 받은 비대면 계좌 신청이 7만1823건으로 44%를 차지했다. 이어 미래에셋대우(1만7658건), 한국투자증권(1만6414건), 유안타증권(1만5035건), 현대증권(1만577건) 등이 상위권에 자리했다. 삼성증권(9200건)을 비롯해 신한금융투자(4700건) 등은 1만건 이하로 나타났다.

비대면 계좌의 최대 수혜자는 온라인 증권사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키움증권이었다. 키움증권은 비대면계좌 개설 신청에 힘입어 하루 평균 신규 계좌 개설수도 증가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키움증권은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 시행 첫 날(2월) 200개가 넘었고, 3일만에 1426개를 개설했다. 키움증권의 하루 평균 신규계좌수는 지난해 12월(1142개)에 불과했지만 비대면계좌 개설 허용 이후 일 평균 신규계좌개설수가 3월 평균 1537개까지 올라갔다. 이로 인해 예탁자산은 보유한 계좌까지 포함한 활동·활동대기 계좌수는 77만개에 도달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비대면계좌의 경우 주식 뿐 아니라 해외주식, 펀드 및 상품이 한계좌로 거래가 가능한 위탁종합 계좌 개설이 가능하고, 신규 고객 뿐 아니라 기존 고객들도 비대면 계좌 개설에 적극적"이라며 "고객 접근성과 편의성을 더 증대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중"이라고 밝혔다.

◇비대면 계좌 개설, 신규 채널 역할 '톡톡'

비대면 계좌 개설은 주식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계좌를 개설하고, 주식투자를 할 수 있다는게 최대 강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월 말을 기준으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이용한 무선단말 거래 비중은 유가증권시장이 17.67%, 코스닥이 31.52%를 차지했다. 무선단말 매매 비중은 2010년 각각 2.0%, 3.8%에 불과했지만 5년 만에 13배, 8배 급증했다. 주식 투자자 평균 5명 가운데 1명이 핸드폰으로 주식 거래를 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상 은행보다 지점·점포 수가 턱없이 적은 증권은 비대면 계좌 개설이 단비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증권의 지점수는 1283개로 은행(7463개)개의 6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온라인·모바일 계좌 개설을 통해 영업기반을 탄탄히 하고, 고객 접근성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비대면계좌 가입 연령층을 보면 30대가 40%, 40대가 30% 등 30~40대가 70%에 달하고, 20대는 18% 정도"라며 "지난주만 해도 1000개 정도의 신규 신청이 들어오는 등 처음보다 촘촘히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은행에서 증권계좌가 개설되면 은행에 수수료를 줘야하지만 비대면을 통한 신규 고객 유입은 수수료 수익이 고스란히 증권사로 돌아온다. 최근에는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온라인 가입이 허용되면서 비대면 계좌 유치가 중요한 문제로 나서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따로 광고를 하지 않았는데 예상보다 유입되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은행에서 계좌를 트게 되면 유지 수수료를 좋아하지만 비대면으로 직접 계좌를 개설하면 수익이 그대로 돌아온다. 앞으로 확대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비대면 계좌 개설이 자리잡기까지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통한 본인 확인 절차가 생각보다 까다롭고, 여전히 기존 공인인증서나 보안매체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증권사는 영상통화로 본인 여부를 확인할 수 없으면 계좌 개설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비대면 계좌는 진위 확인도 해야 하고 승인 절차도 거쳐야 한다. 고객이 밤에도 계좌를 신청할 수 있지만 직원들이 밤까지 남아서 승인을 하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점포와 방문이 함께 가야 하는 측면이 있다"며 "생체인증방법 도입 등 다양한 개선책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