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박사학위 받으면 미국 유학도 갈 수 있습니다”

전화를 통해 들려온 A대학 총장 김모(64)씨의 답변이다.

2014년 무속인 신모(61·여)씨는 A대학 총장 김모씨로부터 들은 ‘박사 학위’라는 말이 귓가에 계속 맴돌았다. 번듯한 학위증을 사무실에 걸어 놓으면 장사가 더 잘될 것 같다고 생각한 신씨는 고심 끝에 동양학을 내세운 이 대학 입학을 결심했다.

대학 관계자들의 “우리 대학 학위는 미국 법무부에서 아포스티유(진위 확인)도 가능하다”는 말에도 믿음이 갔다. 이들이 내세운 교수진도 검색해 보니 이름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석·박사 풀코스’를 수강하던 신씨는 점점 이상한 점을 느꼈다. 6개월 밖에 수강하지 않은 학생이 ‘총장 재량’으로 ‘학·석·박사 학위’를 한 번에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또 신씨는 학교에서 박사과정에 필요하다며 만들어 준 영어논문도 무슨 말인지 몰랐다. 그 와중에 대학이 신씨에게 논문 작성비·학위수여식 등 명목으로 요구하는 돈은 2000여만원에 이르렀다.

피해자 68명 대부분이 무속인이었고 그중에는 언론인을 비롯해 어린이집 원장, 육군 대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총장 등 교수 대부분이 해당 A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교수진 중 절반은 타 대학 교수의 이름을 무단으로 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짜 대학교를 만들어 학위를 취득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수십명으로부터 4억여원을 받아낸 사기단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대학을 실제 대학인 것처럼 꾸며 등록금등의 명목으로 4억여원을 받아낸 혐의(사기 등)로 김모(64)씨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김씨 등은 2012년 12월부터 교육부의 대학등록 인가 없이 종합대학 및 대학원을 운영했다. 이들은 '우리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하면 국내 공·사립대학, 대학원은 물론 세계 어느 대학·대학원에도 편입학할 수 있다'고 광고했다.

법인은 종로구에 설립했고 김씨의 지인과 가족들이 이사 등 임원을 맡았다.

이들은 이렇게 모집한 68명에게 올해 2월까지 218차례 등록금, 교재비, 논문작성비, 학위 수여식비용 등 명목으로 4억 585만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등은 실제로 강사를 고용, 인터넷 수업 등을 진행해 피해자들을 속였다. 조사결과 이들은 대학등록 인가를 받는 신청 절차조차 밟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우리는 일반 교육기관이고,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고 허위 광고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피해자들은 대부분 무속인, 어린이집 원장, 현역 군장교 등 학위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로, 일부는 이 대학 학위로 국내 대학에 편입학을 시도했으나 거부당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취업난 속에서 학위가 필요한 청년 및 직장인 등을 상대로 이처럼 사기 치는 이들에 대해 교육부 등 관계 기관과 함께 지속적으로 단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씨 등이 개설한 대학 홈페이지에는 "본교 이상 없고, 모든 학사 행정이 정상"이라며 "그동안 본교를 음해한 자들에 대한 법적 절차에 착수했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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