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일보 기자]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옥탑방. 김 모 씨는 지난 총선 때 이곳에 전화기 한 대와 컴퓨터 한 대만 갖다 놓고 여론조사 20여 건을 실시했다. 자동응답시스템을 이용하다 보니 혼자서도 가능했다.

김씨는"기계 돌리는 거라서 사람들도 필요 없고, (선거때만) 하고 또 사무실 없애버리고요."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떴다방’ 여론조사로 선거가 끝나자마자 사라지는 것이다.

결국 4·13총선 등 최근 각종 선거에서 여론조사 예측이 크게 빗나가면서 ‘여론조사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자격 미달 여론조사업체를 퇴출시키기 위한 법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선거결과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신뢰성 문제가 바닥에 떨어진 선거여론조사와 관련, 전반적인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격미달 조사업체에 대한 퇴출과 함께 안심번호 적용범위 확대 등이 대안으로 제기됐다.

선관위도 조사기관 설립 기준 강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회에서 '선거여론조사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그동안의 여론조사기관의 조사행태를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김용희 선관위 사무총장은 "현행 선거여론조사 제도를 전면적으로 검토해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정치관계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선관위가 내놓은 대안은 Δ선거여론조사기관 등록제(혹은 인증제) Δ안심번호 확대 Δ최소응답률 도입 Δ여론조사 공표금지 규정 축소 또는 폐지 등이었다. 현행법령상 선관위는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다.

발제자로 나선 윤재현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여심위) 사무국장은 이날 발제에서 “선거 때면 일시적으로 운영되는 ‘떴다방’ 여론조사기관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다”면서 “매출 현황과 조사 실적, 전문인력 고용 등을 요건으로 여론조사기관 인증제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2014년 6·4 지방선거일 이후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에 등록한 업체 213개 중 이번 총선 전 6개월 사이에 등록한 업체가 96개였다.

선관위는 이들 업체 대부분이 '선거특수'를 노렸거나 '편법적 선거운동 도구'로 악용된 것으로 분석했다.

윤 국장은 “고발, 과태료 부과 처분을 1회라도 받은 업체는 해당 선거 종료 때까지 여론조사를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유선전화에 의존한 조사기법과 낮은 응답률도 도마에 올랐다. 윤 사무국장은 "20대 총선에서 공표를 목적으로 한 1744건의 조사 중 유선전화조사가 1269건으로 72.8%였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은 정당에게만 안심번호를 제공하고 있어 일반 여론조사기관들은 이에 대한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었다.

선관위는 여론조사 공정성 확보를 위해 Δ부실 여론조사기관 퇴출 등 제재조치를 마련키로 했다. 선관위는 여론조사 결과 왜곡이 중대할 경우 고발, 과태료 처분을 1회만 받았더라도 해당 선거 종료시까지 조사를 할 수 없게 하는 '시한부 퇴출제'를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4월 총선에서 선관위는 106건의 위반행위를 적발해 고발 7건, 수사의뢰 1건, 과태료 부과 5건등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그러나 공청회에 참석한 여야 3당은 선관위 안에 전반적으로 공감했지만 업체 측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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