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
한때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칭으로 유명했던 홍준표 경남지사. 지난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올리면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되는 굴욕을 겪었다.

세간의 관심이 잠시 수면 아래에 잠겨있는 듯 하다가 이번 주 ‘특수통 검사’로 명성을 떨쳤던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의 소환이 확정되면서 검찰 출신 고위인사들의 ‘초라한 친정 귀환’에 또 다시 언론에 이름이 회자되고 있다.

이를 의식해서일까

지난 25일 오후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상남도가 5월 31일부로 채무가 제로로 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홍 지사는 이날 "그간 3년 6개월동안 지속적인 행정개혁, 재정개혁, 예산개혁으로 도재산 한평팔지 않고 1조4000억에 이르던 채무를 하루 11억원씩 갚았다"고 밝혔다. 그는 "미래세대에 희망은 물려주지 못할망정 빚을 물려주어서는 안된다는 경남도 공무원과 도의회 의원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빚을 갚은 것입니다"고 했다.

이어 "이제 경남은 튼튼한 재정기반 아래 서민복지, 미래50년 준비사업에 진력을 다할 것입니다"며 "그동안 진주의료원 사건등 구조조정에 반대파들로부터 욕도 많이 먹었지만 도 재산 팔지 않고 각 분야 개혁만으로도 빚을 청산할수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었다"고 전했다.

홍 지사는 그러면서 "이제 우리 경남은 브라보 경남으로 거듭날 것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의 글이 사실이라면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칭찬받아 마땅할 정치인 홍준표에게 돌아온 것은 ‘주민소환’이라는 딱지이다.

이와 관련해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지난 24일 출입기자와의 오찬간담회에서 “조금은 못마땅한 것이 있더라도 경남 발전을 위해 일하다 생긴 이견이라 생각하고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라며 머리를 숙였다.

한 지역 일간지 보도에의하면 홍 지사는 주민소환 발의에 대한 질의가 나오자 “요즘 두 가지 모욕을 느낀다”며, 성완종 리스트 재판과 주민소환을 거론하며 흥분했다고도 한다.

그는 주민소환 청구에 대해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어딨나. 지금 급식예산이 지원 안 되나. 원인이 사라진 일”이라며 특유의 독설도 내뱉었다.

이어 “마르고 닳도록 지사를 하지는 않을 것이며, 자리에 집착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나는 명분만 서면 언제라도 행동하는 사람이며, 명분 없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자리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은 주민소환이 예정대로 실시되면 투표 전에 지사직을 그만둘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마디로 국민들의 눈에 비친 홍 지사의 행보는 ‘냉·온탕’을 오가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요즘 세계 정치는 ‘트럼프’가 과연 미국대통령이 될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실제로 ‘필리핀 트럼프’로 불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다바오시 시장이 차기 필리핀 대통령에 당선이 확정됐다.

필자는 30년 넘게 기자생활을 해왔지만 홍 지사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작금의 정치상황을 볼 때 ‘한국판 트럼프’의 등장도 가능하지 않나 싶다.

적어도 필자의 눈엔 ‘홍준표’란 이름이 트럼프와 겹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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