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숙 기자]지난 1분기 저축은행 순이익이 1년 전보다 73% 급증했다.

불경기로 생활고를 겪고 있는 가계와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기업들이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저축은행을 많이 찾으면서 대출금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저축은행들이 10% 안팎의 중금리 틈새 시장을 적극 개척한 것이 실적 향상에 주효했다는 평가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1~3월) 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326억원으로 전년(1343억원) 대비 983억원(73%) 증가했다.

비이자손실과 판관비 증가에도 저축은행의 영업확대에 따라 대출금이 2조원 늘며 이자이익만 1658억원 불었다.

지난 3월 저축은행의 일반대출금리 평균은 11.56%로 예금은행 대출금리(3.50%)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이자가 높은 저축은행 대출이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자금 수혈이 급한 서민이 많았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가계부채는 1223조7000억원으로 3개월 동안 20조6000억원 불었다.

특히 비은행권 대출의 비중이 매우 컸다. 증가액 20조6000억원 가운데 예금은행 대출은 5조6000억원(27.2%)에 불과하고 나머지 15조(72.8%)는 비은행권에서 빌린 금액이다.

더욱이 저축은행은 대부업법 개정으로 금융회사들이 받을 수 있는 법정 최고 대출금리가 지난 3월부터 연 34.9%에서 27.9%로 내려가자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쪽으로 대출기준을 손질했다. 저축은행도 대출 문턱을 높였지만 저신용·저소득층은 줄지 않아 흑자를 이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으면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분들은 서민"이라며 "생활자금대출이 많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실적이 개선된 데에는 그 동안 꺼려온 중금리 시장을 개척한 것도 주요했다. 저축은행은 법정최고금리 인하에 대비해 작년 연말부터 10%대의 중금리 상품을 대거 출시했다. 최고금리인 27.9%에 맞춘 대출이 이뤄질 경우 대부업과 다른 점이 없어 중금리 시장에 눈길을 돌린 것이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중금리 상품을 출시한지 5개월이 지났는데 700억원을 돌파했다"며 "연말에는 전체 대출금 중 중금리 비중이 15~2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중금리 시장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며 저축은행이 고금리 상품만 취급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많이 줄었다"며 "수요에 맞춰 대출 금리를 다각화한 것이 긍정적인 결과로 돌아왔다"고 언급했다.

지난 2월부터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소득심사를 강화한 것도 일부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저축은행은 신용대출 위주지만 자영업자나 기업을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도 취급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보통 신용대출을 하기 때문에 은행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주요 원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면서도 "사업자는 운영 자금이 급하다보니 저축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문제는 2금융권의 대출 금리는 보통 은행권보다 높아서 가계의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다행히 3월말 기준 총여신에 대한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각각 8.6%, 9.5%로 전분기 대비 0.6%포인트, 0.7%포인트 하락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기둔화 등에 따라 차주의 채무상환능력 하락 가능성이 있다"며 "잠재 리스크요인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도록 유도하고, 자산건전성 및 수익성지표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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