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밀양시 하남읍 일원)
[김홍배 기자]동남권 신공항은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처음 공론화돼 지역 갈등으로 번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워 추진하다가 유치 경쟁이 너무 뜨거워지자 2011년 백지화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내걸어 추진해왔다.

정부는 공정성 시비를 없애려고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입지 선정 용역을 맡겼고 이달 하순쯤 그 결과가 나온다.

동남권 신공항 예정지 발표가 이달 말로 다가오면서 부산은 가덕도를, 대구·경북은 경남에 있지만 자기 지역에 가까운 밀양을 밀면서 사활을 걸었다고 할 만큼 경쟁이 아주 치열하다.

지난달 30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가덕도동 대항마을의 신공항 후보지 현황판 앞에 모인 어윤태(영도), 노기태(강서), 박현욱(수영) 등 부산지역 구청장·군수들은 이런 문구를 적은 피켓을 들고 풍선을 날렸다. 이들 구청장·군수는 신공항 유치기원문을 발표했다. "2002년 4월 중국 민항기 돗대산 추락사고는 다시는 반복돼선 안될 일임에도 불구, 김해공항보다 훨씬 위험한 밀양이, 24시간 운영이 불가능한 또 다른 반쪽짜리 공항이 될 수 밖에 없는 밀양이 가덕도와 함께 최종 평가 대상지가 됐다는 현실이 정말 서글픕니다."

ICAO(국제민간항공기구) 등의 기준에 따르면 공항 입지는 안전성(장애물), 확장성, 운영효율성, 공역(비행기가 다니는 공중의 길), 공사비(개발비용), 지형·지질 등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접근성, 환경성, 기상, 소음 등도 기준으로 고려된다. 부산은 이런 기준에 있어 "가덕신공항이 밀양에 비해 훨씬 우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듯 부산시는 최근 24시간 운항, 안전성, 국가 경쟁력 강화 등 경제논리를 내세우며 가덕도 유치를 적극 주장하는 동시에 신공항 입지가 밀양으로 선정될 경우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강경방침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소속 부산지역 의원 5명이 '가덕신공항 유치 비상대책본부'를 발족키로 하는 등 부산지역 정치권도 야권을 중심으로 급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경남도는 상대적으로 다소 느긋한 모습이다. 관계 공무원들 역시 말을 아끼며 '결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영남권 신공항이 가덕도로 선정될 가능성에 대해 "그렇게는 안될 것"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은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는 "나는 신공항 입지 문제를 두고 지금껏 한 번도 우리지역에 유치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 단, 언론의 채근에 못이겨 '물구덩이(가덕도)보다는 맨땅(밀양)이 낫지 않겠나'라고 한 적은 있다"고 했다.

홍 지사는 이어 "신공항은 국책사업이다. 국책사업에 지자체가 너무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결정이 되면 따라가야 한다"며 용역결과에 승복한다는 5개 시·도지사의 약속을 재차 강조하며 원칙적인 자세를 견지했다.

그럼에도 경남도는 밀양이 가덕도에 견줘 신공항 입지상 비교우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밀양의 최대 강점은 '접근성'으로 영남권 5개 시·도에서 1시간 내 접근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미 KTX나 주요 도로와 맞닿아 있어 연결 교통망 구축에도 많은 비용이 들지 않을 뿐 아니라 구미 등 주변 산업단지와 연계효과 등을 고려할 때 신공항은 밀양에 들어서는게 맞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다양하다.

부산시 의뢰로 '부산 신공항 운영 및 입지분석 연구'를 맡은 영국의 세계적 공항건설 컨설팅업체 에이럽(ARUP)사의 저스틴 파월 책임연구원은 "한국처럼 산이 많고 내륙에 시가지화가 많이 진행된 경우 소음과 안전문제 등을 고려해 해안에 공항을 짓는 게 세계적 추세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공항 건설에 따른 환경훼손 정도도 중요 기준 중 하나다. 이는 환경훼손 문제만 아니라 환경단체 등의 거센 반발 등 갈등도 유발할 수 있다. 가덕도는 비행기의 안전한 이착륙을 위해 깎아내야 할 산이 없다. 따라서 '환경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그러나 밀양은 사정이 다르다. 박인호 가덕신공항추진 범시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는 "27개 산봉우리를 잘라내야 하는 밀양 공항 공사는 환경훼손 논란에다 그 곳 사찰과 신도들의 반대에 부딪혀 제대로 진행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덕도냐, 밀양이냐, 신공항 예정지가 어디로 결정되든 영남권 민심이 갈라지면서 여당 분열의 불씨가 될 거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 사업은 4조~6조원이 들어가는 초대형 국책사업이다. 힘깨나 쓴다는 정치인들 등쌀에 수천억원을 들여 건설한 양양·무안국제공항은 아직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신공항도 이번에 입지 선정이 잘못되면 그 손해는 전 국민이 나눠 지게 된다. 동남권 주민들만의 관심사가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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