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죄송합니다! 오늘 행사로 바빠서 냉장고 문을 많이 열었더니 그만 (케이크가) 상했나 봅니다" 커피전문점 직원의 어이없는 너스레에 회사원 A씨는 분노를 느꼈다.

"오늘 들어 온 겁니다" 라며 커피전문점 직원은 불과 30분 전만해도 케이크가 신선하다고 보장했다. 그런데 어느새 말을 뒤집어 케이크가 상했다고 인정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바꿔주는 모습을 보면서 A씨는 불현듯 그 종업원의 멱살이라도 잡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 커피전문점 '세균 케이크' 논란
24시간 다목적 휴식공간인 커피전문점. 진열대에는 과일과 초콜릿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케이크와 샌드위치, 쿠키, 음료수 등이 소담스럽게 놓여있다.

그러나 일부 케이크와 샌드위치 등엔 유통기한이 아예 표시돼 있지 않거나 판매직원들만 알아볼 수 있도록 은밀하게 표시돼 있었다. 전문가들은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자칫 '세균 케이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42) 씨는 늦게 귀가하며 미안한 마음에 T 커피전문점에 들러 구입한 케이크를 아이들 앞에 펼쳐 놓고 한 입씩 일일이 떠먹여 주었는데 아이들은 "맛이 이상해"라며 얼굴을 찡그렸다.

이상한 낌새를 챈 아내가 케이크를 한술 떠먹어보더니 "어머, 상했어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제야 뒤늦게 맛을 본 A씨는 케이크가 상한 걸 확인하고 구입처인 T 커피전문점으로 달려갔다.

화가 난 A씨가 관계자에 항의하자 "죄송합니다. 이번에 행사를 진행하느라 (케이크가 들어있는) 냉장고 문을 자주 여닫아서 생각보다 빨리 케이크가 상한 것 같습니다"라며 "이건 매장의 문제입니다. 고객님께 죄송합니다"라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기자는 제보받은 00동의 T 커피전문점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프렌차이즈 형태의 다른 유명 커피전문점을 대상으로 유사한 문제점이 있는지 추가로 조사해 봤다.

확인결과 유명 커피전문점 4곳에서 마찬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강남 00동 스타벅스에 근무하는 여직원 B씨는 "‘000 푸드’와 ‘000 데이’ 케이크 등이 있는데 냉장고에서 이틀정도 보관한다. 유통기한은 따로 적혀 있지 않고 우리만 (직원만) 확인할 수 있게 뒷부분에 쓰여 있다. 수시로 확인하고 있어 변질 위험은 없다. 날짜가 지난 케이크는 폐기처분한다. 다른 매장들도 같다"고 설명했다.

취재 당시 스타벅스는 마감 중이어서 간판불이 꺼져 있었는데 케이크 포장엔 '18'이라고 유통기한이 적혀있었다. 매장 직원이 "원래 손님들에게 보여주지 않으며 촬영도 안 된다"라고 막았지만 사진을 촬영했다.

00동 카페베네의 여직원 C씨는 "우리는 자체적으로 케이크를 공급한다"며 "유통기한은 냉장진열대에 꺼내 놓으면 3일이고 직원들만 확인할 수 있게 냉장진열대 뒤쪽에 써붙여 놓았다. 손님들이 유통기한을 확인하지는 않는다. 다른 매장들도 마찬가지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래는 (케이크가) 냉동상태로 매장에 들어온다. 냉동상태 유통기한은 6~7개월이다. 물론 많은 양을 발주하지 않아 냉동 유통기한 사이에 다 판매된다. 유통기한이 지난 케이크는 직원들이 먹거나 폐기처분한다"고 추가로 설명했다.

강남 00동 커피빈의 남직원 D씨는 "유통기한은 매장 임의로 지정하는 게 아니라 공급사인 발** 코리아에서 정한다. 케이크는 냉동상태로 들여오며 냉장보관은 이틀 동안 할 수 있다. 이는 본사규정으로 커피전문점 매장은 다 똑같다. 유통기한이 지난 케이크는 보통 직원들이 먹는다. 다른 매장들도 같다"고 다른 매장 직원들과 별반 차이없는 답변을 했다.

00동 탐앤탐스의 매니저와 직원은 "전문점에서 케이크를 받아 판매하고 있다"며 "유통기한은 보통 2~3일이고 진열대에는 유통기한을 표기하지 않는다. 유통기한이 지난 케이크는 보통 직원들이 먹거나 폐기처분한다. 탐앤탐스는 지역마다 케이크를 받는 회사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매니저는 추가로 탐앤탐스의 경우 "본사에서 구나 지역별로 정해주는 케이크 전문점을 선택한다"며 "따라서 유통과정은 냉동 케이크를 받아서 매장에서 2~3일 정도 냉장보관 상태로 손님에게 나간다. 보통 유통기한은 매니저와 매장 직원들이 포스트잇에 적어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매니저가 주 관리자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서울의 유명 커피전문점 4곳을 상대로 확인한 결과 모든 업체가 마찬가지로 유통기한을 표시하지 않고 직원들만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기한이 지난 케이크가 '실수로' 판매될 경우 고객의 항의를 받거나 이미지가 훼손되는 걸 피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안전장치'가 아닐지 추정해 볼 수 있다. 사실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이런 판매방식은 고객들에게 당당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전국적으로 무분별하게 늘어나고 있는 커피전문점에 대해 한국휴계음식업중앙회는 최근 동반성장위원회에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커피전문점 내의 빵과 과자류에 대한 관리 실태를 볼 때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대한제과협회 정판수 기술분과위원은 "커피전문점도 프렌차이즈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제조회사에서 공급해준다. 사전에 만들어서 냉동 보관 상태로 들어간다. 그래서 대개 그날 만들어 냉동실에 들어가는 날짜를 기재해야 하는데 아마 그렇지 않은 곳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리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이런 것들이 각 커피전문점으로 공급됐을 때 얼마 동안 냉동실에서 보관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커피전문점 자체의 보관상태도 중요하다. 냉장 상태로 하루를 보관하냐 이틀을 보관하냐에 따라 차이가 크게 난다. 냉장상태로 들어왔다면 이미 공기에 노출된 상태이기 때문에 작업환경 내의 공기에 따라 세균이 많이 붙을 수도 있고 적게 붙을 수도 있어 부패 정도가 달라진다"고 경고했다.

정 위원은 케이크 유통기한을 직원들만 볼 수 있게 관리하는 방식에 대해 "아주 위험한 발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법적으로 유통기한을 기재하게 되어 있고 포함 내용물(성분)도 기재하게 되어 있다. 제조회사에서 유통기한 날짜, 성분 등을 다 기재해 나가게 돼 있다"며 "그날 만들어져 판매가 안 된 상품은 다음날 오전까지만 판매하는 'W 베이커리'는 (유통기한이 지나면)기부할 수 있는 곳에 기부한다"며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소비안전과 김희선 연구관은 “유통기한을 표시하지 않는 것은 위험성이 있고 잘못된 처사다. 식품제조업체에서 유통과정을 거쳐 휴게음식점에서 판매하는 것은 유통기한을 소비자들이 볼 수 있도록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커피전문점의 아르바이트생은 "냉장고 문을 아무리 여닫았다고 해도 하루만에 상할 케이크를 손님에게 제공하는 것은 사실 말이 안되죠. 더구나 유통기한 표기도 없이 (업체로부터 납품을) 받고 또 그것을 손님들은 날짜를 확인할 수 없도록 하는 것도 말이 안됩니다. 그래서 (저는) 잘 안먹습니다"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국내 커피전문점은 전국에 약 2만여 개로 연간 매출 규모만 4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 2007년 1조 5000억원에 비해 2.5배 가량 성장할 정도로 인기 있는 시장이 됐다.

이렇게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은 커피전문점에서 유통기한이 표시되지 않은 먹거리가 버젓이 판매되고 있고 '그들만의 룰'에 따라 표시의무가 '생략'되고 있다. 관계 당국의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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