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승우 총괄 CEO
[이미영 기자]연 매출 1조원대의 대형 식품기업 풀무원이 실적악화에다 잇따른 기업이미지 실추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풀무원은 영업부진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무더기 가격인상에 따른 소비자 반발, 갑질 논란으로 인한 지입차주와 갈등을 빚었다. 또 최근에는 본사 직원들이 직영 점주를 때려 숨지지게 한 사건까지 발생하는 등 '바른 먹거리'를 강조해온 풀무원의 기업 이미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10일 경찰과 풀무원 등에 따르면 풀무원 계열사 풀무원건강생활의 지점관리 A팀장과 B대리가 강남에 있는 본사직영 지점장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지난 8일 구속됐다.

이들은 지난 4일 오전 1시께 서울 강남구의 한 노래방에서 역삼지점장 C(29)씨 등 3명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 말다툼 끝에 C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C씨가 "본사가 왜 지점을 홀대하냐"며 본사의 행태에 항의하자 동기 B씨가 자신의 상사 A씨에게 함부로 대한다며 시비를 벌였다.

술에 취한 세 사람의 말다툼은 B씨와 C씨의 주먹질로 번졌고, 결국 A씨까지 가담해 C씨를 때렸다. 술자리에 동행했던 직원들이 말렸지만 C씨는 A씨와 B씨에게 맞은 뒤 뇌출혈(지주막하출혈)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고, 나흘만에 끝내 숨졌다.

업계에서는 풀무원이 최근 몇년간 실적부진을 겪으며, 대리점과 직원 등에 무리하게 영업압박을 해온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풀무원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22억8439만원의 분기 순손실을 나타냈다.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보다 무려 72.6%나 감소한 9억1325만원에 그쳤다.

1분기 기준 자산은 9751억3486만원으로, 부채 6511억577만원, 자본 3240억2909만원이다. 부채비율이 200.9%로, 부채가 자본보다 2배 많다.

풀무원의 이같은 경영부실은 해외법인의 눈덩이 적자가 문제였다.

풀무원은 1991년 미국에 진출한 후 2004년 콩 가공업체 '와일드우드 내추럴푸드'를, 2009년 식품업체 '몬터레이 고메이 푸드'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 투자를 해왔다.

하지만 풀무원 미국법인은 2012년 140억원, 2013년 311억원, 2014년 173억원, 2015년 249억원 등 4년간 900억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냈다.

이런 가운데서도 풀무원은 고배당 정책을 유지, 회사 지분 57.33%를 보유한 남승우 회장에게 올해 초 22억2700만원을 배당해 논란을 빚었다.

그러면서 원재료 가격 인상을 이유로 두부와 계란 가격을 각각 평균 6.4%, 3.9% 인상, 해외손실을 가격인상으로 메우려는 것 아니냐는 소비자들의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운송노동자들의 파업과정에서 불거진 '갑질' 논란에 이어 직원간 폭행치사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회사 이미지 추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부갈등과 실적악화가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