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자택
[이미영 기자]검찰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계열사 간 거래에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확인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상당 기간 내사를 거쳐 수사에 착수했고 '칼끝'은 결국 신격호(94) 총괄회장과 신동빈(61) 회장을 향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오너 일가의 사법처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롯데그룹은 이명박 정부 시절 여러 특혜 의혹이 제기된 바 있어 이번 수사가 당시 정권 실세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신격호·신동빈 강도 높은 수사 예고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손영배)는 10일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롯데호텔, 롯데쇼핑, 롯데정보통신, 롯데피에스넷, 롯데홈쇼핑, 대홍기획 등 6개 계열사 및 임원 주거지 등을 포함해 모두 17곳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의 본사 집무실과 평창동 자택, 호텔롯데 34층의 신격호 총괄회장 거처 등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이날 동원된 검사와 수사관이 200여명이나 동원됐다.

특히 이번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손영배)가 맡고 있다. 검찰 내 대표적 인지부서 2곳이 이례적으로 동시에 투입됐다는 점에서 수사 강도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검찰은 지난 3월 감사원으로부터 롯데홈쇼핑 케이블채널 재승인 과정에서 비리가 확인돼 수사 의뢰를 받는 등 상당 기간 내사를 벌여왔다. 특히 지난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에스디제이(SDJ)코퍼레이션 회장의 경영권 분쟁 당시 그룹 비리 첩보를 상당히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주목하는 건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롯데홈쇼핑 등 계열사 7곳이다. 이들 계열사 간의 자산거래 과정에서 상당한 규모의 비자금이 만들어졌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 과정에 이 회사 임원진들이 깊숙히 개입한 것으로도 보고 있다. 일부 임원진들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이 과정에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의 역할이 있다고 보고 이들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 또한 배제하지 않고 있다.

계열사간 자금 거래를 통해 비자금이 만들어졌다면 그룹 오너의 지시나 묵인이 있었을 것이라는 상식적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이자 주거지인 서울 중구 호텔롯데 34층과 서울 종로구 신 회장 자택 등이 압수수색 대상이 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검찰은 확보한 압수물을 통해 그룹 차원에서 조성된 비자금이 흘러간 곳도 파악할 예정이다.

오너 일가가 조성된 비자금을 주식 매입 등에 사용해 그룹 장악력을 확대한 것은 아닌지, 로비 명목으로 정·관계로 흘러들어간 자금은 없는지 등이 이 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왕자의 난'으로 불리는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드러난 롯데그룹의 불투명한 지배구조까지 검찰의 칼날이 닿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 칼끝은 MB 정부

그동안 롯데그룹은 이명박 정부 시절 제2롯데월드 인허가를 비롯해 면세점 운영사업, 맥주 사업 진출 등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원 사업인 제2롯데월드 인허가 과정에서 정치권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 추진된 이 사업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군 당국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허가가 내려졌다. 이 과정에서 롯데 쪽이 군 당국과 정권 실세, 정·관계 인사 등을 상대로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때문에 이번 수사가 단순한 대기업 비자금 수사를 넘어 이명박 정부 실세들을 정조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와 관련해, 청와대 쪽은 “(청와대와) 무관하다”며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번 수사로 촉발된 사정정국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첫 국무회의(1월6일) 당시 “경제활성화를 위해선 정책도 중요하지만, (경제를) 갉아먹는 적폐나 부패를 척결해야 한다”며 “올 한해 사회 전반의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비리들을 뿌리 뽑는 노력을 흔들림없이 진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재계를 아우른 고강도 사정 국면을 조성해 집권 후반기 권력누수를 최소화하고, 국정운영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와 ‘유착’ 의혹이 제기되어온 롯데그룹 수사는 새누리당의 친이명박계를 포함한 비박근혜계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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