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숙 기자]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첫 단추인 호텔롯데의 상장이 사실상 무산됐다.

호텔롯데는 당초 6월 29일 상장할 예정이었으나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연루 의혹으로 상장 일정이 7월 21일로 한차례 연기됐다.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롯데그룹이 12일 호텔롯데 상장 무산 가능성을 시사하며 사실상 '무기한 연기'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롯데그룹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호텔롯데 상장 여부를 관계 기관과 신중히 협의해나가겠다"면서 "지난 1월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호텔롯데는 오는 7월까지 상장작업을 마무리해야 하지만, 현재 투자자 보호를 위한 변경신고 등 절차 이행이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은 일본 주주의 지분율을 낮추고 주주 구성을 다양화하는 등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 사안"이라며 "향후 방안에 대해 주관사 및 감독기관과 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거래소 규정상 상장예비심사 결과를 통보받은 이후 6개월 이내에 상장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호텔롯데가 내달 28일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호텔롯데는 롯데쇼핑(지분율 8.83%), 롯데알미늄(12.99%) 롯데리아(18.77%) 등의 주요 주주로, 사실상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에 상장을 꼭 추진해야할 입장인 롯데그룹 측에서조차 내달 상장이 어렵다고 볼 정도라 사실상 다음 상장 추진 시점은 기약이 없어질 것이란게 금융투자업계의 시각이다.

당초 금융투자업계에선 호텔롯데가 4조6419억원에서 5조7426억원 규모를 공모해 올해 IPO시장 '최대 대어'로 꼽았다. 이는 삼성생명이 지난 2010년 IPO 때 세운 역대 최대 공모액 기록 4조8881억원을 가뿐히 뛰어넘는 것이어서 일반 투자자의 관심도 달아 올랐었다.

하지만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입점 로비 의혹과 이와 관련한 호텔롯데 면세사업부 압수수색 등의 영향으로 한차례 일정이 연기됐고, 이후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 검찰 수사로 사실상 무산된 셈이다.

호텔롯데의 상장 연기로 롯데그룹이 추진하던 다른 계열사의 상장 계획도 연쇄적으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롯데그룹은 호텔롯데의 성공적인 상장 이후 코리아세븐·롯데리아·롯데정보통신·롯데건설 등 주요 비상장 계열사의 IPO도 차례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롯데그룹 전방위 수사

한편, 이번 수사는 제2롯데월드 특혜 의혹 등 MB정권 인사들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정치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롯데 계열사를 통해 조성된 비자금이 롯데 그룹 '숙원사업'이었던 제2롯데월드 건설 인허가 과정에 사용됐을 가능성 때문이다.

검찰은 일단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는 수사 대상이 아니며 단서가 나오면 수사할 것"이라며 "정계 수사로 확대되리란 관측은 앞서 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입장 발표에도 불구하고 2개 특수부와 14명의 검사가 투입된 수사가 단순히 기업만 조준한 것은 아닐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그룹 전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뤄지면서 롯데월드타워 완공, 롯데면세점 특허 재탈환, 롯데케미칼 해외기업 인수, 롯데호텔 상장 등 계열사 사업 전반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이달 말 한국과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총수 자리를 놓고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간 표 대결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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