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의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그룹 핵심 수뇌부 사장단에도 검찰의 칼끝이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소진세 롯데그룹정책본부 대회협력단장(총괄사장), 이인원 정책본부장(부회장),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
[이미영 기자]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부자의 비자금 조성과 관련,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그룹 핵심 수뇌부 사장단이 검찰의 1차 수사 대상으로 급격히 부각되면서 그룹 전체가 초 긴장상태에 빠졌다.

검찰은 그룹 내 굵직한 현안들을 처리하던 이들 핵심 CEO들이 비자금 조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판단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이번 수사에서 칼날을 피해가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들은 지난해 형제간 경영권 분쟁 당시 이후 '신동빈의 남자들'로 불릴정도로 신임이 컸던 만큼 이들에 대한 검찰 수사는 신 회장에게도 엄청난 타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선 이번 검찰 수사의 핵심 키맨으로 꼽히는 소진세 그룹정책본부 대회협력단장(총괄사장)은 현재 신동빈 회장의 북미 출장에 동행중이다. 소 사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키운 인물로 알려져 있지만, 지난해 경영권 분쟁 전면에 적극적으로 나서 신동빈 회장을 대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려대를 나온 소 사장은 2010년부터 롯데슈퍼와 함께 코리아세븐(편의점)의 겸임 대표를 맡으며 취임 초기 52개였던 롯데슈퍼를 350개 이상으로, 2200여개였던 편의점을 7200여개 이상으로 각각 6배, 3배 이상 성장시키며 빼어난 수완을 보였다.

그러다 편의접 갑을 논란이 불거진 2013년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해 2014년 1월 인사때 롯데슈퍼·코리아세븐 대표를 대외업무 담당 총괄 사장으로 보임이 변경되며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한발 밀려나기도 했다.

하지만 소 사장은 같은 해 불과 7개월 만에 대외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신설된 그룹 정책본부 내에 '대외협력단'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는 이후 홍보·사회적책임(CSR)·브랜드경영 등을 담당하던 기존의 정책본부 커뮤니케이션실 업무뿐만 아니라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의 대외업무 지원을 맡고 있다.

한번 경영 일선에서 물러선 적이 있는터라 자신이 맡고 있는 롯데그룹의 사회공헌과 이미지 제고 등에 강한 추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지난 5월 롯데케미칼 우즈벡 최초 가스전 화학단지 '수르길 프로젝트' 완공 관련 현지 시찰에도 신동빈 회장을 최측근에서 보좌해 눈길을 끌었다.

롯데그룹에서 '비(非) 오너 일가' 중 처음으로 부회장까지 오른 이인원 정책본부장(부회장)도 수사 선상에 올라있다. 올해 69세로 43년 롯데에 몸담은 국내 최장수 CEO다.

수 십년간 신격호 총괄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신 총괄회장의 '복심', '리틀 신격호'으로 불렸던 이인원 부회장은 결국 지난해 8월 '롯데 사태'를 거치며 신동빈 회장으로 돌아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07년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에 오르며 신동빈 회장의 신임을 얻기 시작했고, 지난해 신 총괄회장이 지시한 이른바 '살생부' 명단에 이름이 오른 것으로 알려져 확실히 신동빈 측 인물로 각인됐다.

인수합병(M&A)전문가이자 롯데의 차세대 전문경영인으로 꼽히는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도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이다.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나와 1979년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한 황각규 사장은 1990년 신동빈 회장이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부임했을 당시 부장으로 신 회장과 첫 인연을 맺었다. 일본에서 건너올 당시 한국어가 서툴던 신 회장에게 유창한 일본어로 업무를 보고해 친밀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신 회장이 경영의 큰 줄기를 잡아가며 굵직한 인수합병(M&A)를 주도할수 있었던 배경엔 M&A를 진두지휘하는 황 사장이 조력자로 있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또 다른 신동빈의 남자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는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와 별개로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지난 10일 검찰에 구속됐다.

노 사장은 2014년 말 정기인사때 롯데월드몰 운영과 올 연말 완공 예정인 롯데월드타워 공사를 총괄하는 계열사 롯데물산으로 자리를 옮겼다. 노 대표는 지난 2007년 롯데마트 대표로 취임한 이후 8년 간 유통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특히 지난 2013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신동빈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됐을 때 노 사장이 신 회장 대신 국회에 출두하면서 다시 한 번 '역시 최측근'이란 평을 듣기도 했다.

그룹 서열 최고위급 CEO이자 유통분야 최장수 CEO인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을 롯데물산 대표로 임명했던 것은 그동안 제2롯데월드몰의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특히 노 사장은 지난해 경영권 분쟁이 정점에 오를 당시 롯데그룹 사장단을 움직여 신 회장 공개 지지에 나서기도 했다. 노 사장은 나름 성공적으로 롯데월드타워를 마무리 짓고 다시 그룹 핵심으로 복귀할 포부를 다졌겠지만, 이번 가습기 살균제 건으로 앞날에 짙은 먹구름이 낀 것이다. 노 사장은 대구고 9회 동기 동창 소진세 총괄사장과 그룹 내에서 '라이벌'로 불리기도 했다.

한편 이들과 함께 지난 압수수색 대상이었던 계열사의 전·현직 CEO들인 이원준 롯데백화점 대표, 송용덕 호텔롯데 사장,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 마용득 롯데정보통신 대표, 최종원 전 대홍기획 대표, 김선국 전 롯데피에스넷 대표도 출국금지 명단에 포함되며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원준 롯데백화점 대표는 지난 10일 압수수색 당일 임의동행 형식으로 밤 늦게까지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또 검찰은 김용수 롯데제과 사장, 이재혁 롯데칠성음료 사장,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김창권 롯데자산개발 대표도 중국 등 해외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비자금을 조성했을 수 있다고 보고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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