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만표 전 검사장의 몰락
[김승혜 기자]‘정운호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홍만표 변호사(57)가 검찰 고위층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전관 특혜’ 의혹에 대해 “근거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검찰은 홍 변호사가 2011년 서울메트로에 대한 감사원·서울시의회의 감사 무마 명목으로 2억원을 받았고, 34억5600만원에 달하는 변호사 수임료 신고를 누락해 15억5300만원을 탈세(脫稅)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홍 변호사는 1조3000억원대 사기 어음 발행 혐의 등으로 기소된 현재현 전 동양 회장을 변호하면서 2억원을 받고 선임계를 내지 않았고, 2조30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로 기소된 강덕수 전 STX 회장에게 받은 수임료 2억원도 신고하지 않았다고 검찰은 말했다.

홍 변호사는 또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의 저축은행 비리 사건은 수임 제한 규정(개업 후 1년)에 걸려 합법적으로 수임이 어렵자 후배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긴 것으로 처리한 뒤 3억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식으로 홍 변호사가 소득을 탈루한 사건이 62건에 달한다고 검찰은 말했다.

그러나 연 100억 수입을 올린 홍 변호사가 전관예우 없었다는 검찰의 주장은 제식구 감싸기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검사장 출신 홍만표(57) 변호사가 퇴임 후 몰래 변론 등을 한 사건이 62건에 달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홍 변호사가 탈세 목적으로만 변론 활동을 감췄겠느냐는 것이다. 홍 변호사가 검찰 내 특수통 대부로 꼽힌다는 점이 의혹의 골자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홍 변호사가 몰래 변론 등을 한 사건들은 주로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인지부서에서 수사했다.

홍 변호사가 자신의 인맥을 활용한 로비 흔적을 외부에 숨기려는 의도로 사건 수임 신고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홍 변호사가 몰래 변론했거나 임의로 수임료를 축소했던 것으로 알려진 대표 사례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사건이다.

현 회장은 지난 2013년 사기성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1조3000억원 규모로 발행하고 회사 돈 141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2014년 1월 재판에 넘겨졌고 현 회장은 지난해 10월 법원에서 징역 7년을 선고 받았다.

홍 변호사는 지난 2014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진행했던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사건도 몰래 변론을 했다.

당시 검찰은 강 전 회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및 사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상법 위반, 증권거래법 위반 등 모두 7가지 혐의를 문제 삼았다.

이후 강 전 회장은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어진 2심에서 법원은 강 전 회장의 분식회계 혐의를 덜어주면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현재 검찰과 강 전 회장은 나란히 상고, 대법원의 판단을 대기하고 있다.

홍 변호사가 이런 굵직한 사건 변호를 맡았다는 사실은 검찰이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해외원정도박 사건 무마 의혹을 수사하기 전까지만 해도 알려지지 않았다.

홍 변호사가 정 대표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서울중앙지검 최윤수 전 3차장과 6차례 통화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홍 변호사가 정 대표 사건 외에 다른 사안에서도 일상다반사로 검찰 고위 관계자에게 사건 청탁을 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본인은 정당한 변론 활동이라고 주장하지만 논란의 여지가 생길만한 정황이 더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홍 변호사의 변론 활동 범위에 대해서도 관대한 잣대를 대고 있다는 견해도 있는 상황이다.

변호사단체 소속 한 변호사는 "(전관 로비는) 암묵적인 동의 아래 이뤄지는 구조적인 문제로 (정 대표 사건 외에도) 또 다른 사례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며 "윗사람을 쳐야하고 자신도 나중에 엮일 가능성도 있을 상황에서 검찰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과거 검찰 경력과 인맥을 앞세워 수사팀에 접근하는 관행은 문제"라며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관행이더라도 엄격하게 보면 법에 저촉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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