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대우건설이 차기사장 후보인 박영식 현 사장과 이훈복 전략본부장(전무)를 두고도 외부인사를 포함해 사장후보를 더 받기로 하면서 사실상 두 후보가 사장 선임 가능성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대우건설 직원들은 사장 선임 절차가 지지부진하면서부터 제기됐던 외부 인사 영입설이 사실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건설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는 지난 23일 위원회를 열고 외부인사를 포함해 사장후보 재공모 절차를 진행하기로 의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사추위는 "침체된 건설업황을 타개하고 빠른 시일 내에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사내·외로 후보를 확대해 유능한 경영인을 선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며 외부후보 선임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사장 후보 재공모는 '대우건설 사장은 대우건설 출신만 뽑는다'는 보이지 않는 불문율을 깨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또한 내달 14일에 끝나는 박 사장 임기를 감안하면 늦어도 오는 29일에는 주주총회 소집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런 촉박한 일정에도 감행하는 것인 만큼 사실상 차기 사장을 다른 후보에서 찾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박 사장과 이 전무는 대우 공채출신으로 입사해 경영기획본부장 등을 역임하면서 '출신'과 '경영능력'을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

특히 박 사장은 임기 동안 건설업황 침체에도 흑자경영을 이어간 데다 총 9조원 규모의 해외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안정적인 경영능력을 보였다. 하지만 임기 내 주가를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연임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산업은행은 박 사장 취임 당시 주가를 매입단가인 1만5000원 이상으로 끌어 올릴 것을 주문했지만 여전히 3분의 1선에 머물러 있다.

이 전무는 주로 영업분야에 몸담아 온 '국내 영업통'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영업 외에 다른 사업분야를 두루 거치지 않았다는 점과 해외경력이 거의 없어 해외 인적 네트워크가 약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그동안 대우건설 출신의 다른 건설사 사장과 부사장 출신도 대우건설 사장후보에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사장과 이 전무만 최종 후보로 압축된 데에는 '대우건설맨' 프리미엄이 작용하지 않았겠냐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었다.

대우건설은 이처럼 대우건설 출신 인사를 고집해 왔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대우건설 출신으로 다른 건설사 사장을 역임한 경우는 중견건설사까지 합하면 수백명에 달한다"며 "대우가 업계에서 'CEO 사관학교'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굳이 내부인사를 두고 외부에서 데려올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 그동안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한 "대우 사장은 신입으로 입사해 승진을 거쳐 오른다는 확신이 있어야 직원들도 동기부여가 되고 회사도 발전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업황 침체와 해외 수주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출신'보다는 '경영능력'을 더 중요하게 봐야한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미 두 후보로 압축된 상황에서 촉박하게 '외부인사' 카드까지 뽑아든 데에는 그만한 절박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건설업황이 좋지 않은 만큼 우리 입장에서는 그동안 투자했던 것들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재 두 후보를 탈락시키겠다는 것은 아니다. 외부인사까지 고려하면서 최대한 적임자를 찾아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대우조선해양 사태의 영향도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겠다며 혁신방안을 발표한만큼 대우건설 사장 선임에도 기존의 방식을 유지하는 데 압박을 느끼지 않았겠느냐는 해석이다.

반면 갑작스런 '외부후보' 영입 발표에 노조는 정피아·관피아 등 '낙하산 인사'가 선임될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주환 건설기업노조 대우건설지부 정책기획실장은 "그동안 주총 소집 기한은 다가오는데 아무런 발표가 없어 회사 내부에서는 산업은행과 정부의 결탁이나 외부인사에 대한 윗선의 압박 등의 소문이 돌았었다"며 "외부에서 능력있는 인사를 모집한다고 해놓고서 낙하산 인사가 오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후보검증이 끝나면 노조에서도 관피아·정피아 인사가 아닌지, 건설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 않은지 파악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없을 것 같다"며 "제 때에 사장 선임이 이뤄지지 않아 사장 자리에 공석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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