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지주사겪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총에서 표 대결을 벌인 결과 또다시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한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번 주총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지만, 남은 문제들은 마땅한 해결책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25일 열린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신동빈 회장은 다시 한번 종업원지주회의 지지를 얻으면서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에게 승리, ‘원 리더’로 경영권을 지켰다. 신동빈 회장은 경영권 분쟁 이후 총 세번의 표대결에서 모두 이겼다.

이번 주총 결과는 예견됐던 일이다.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의 주장대로 종업원지주회 회원들이 신동빈 회장을 지지한 것이든, 신동주 회장의 주장대로 회원들의 의사에 상관없이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의 뜻이든 종업원지주회의 의결권은 신동빈 회장을 지지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이 주총 소집과 신동빈 회장의 해임을 요구하며 끊임없이 공세를 이어갈 방침인데다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고강도 수사로 신 회장의 앞날이 결코 평탄치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롯데그룹 수사가 사실상 신 회장을 직접 겨냥하고 있는 이상, 조만간 수사 초기 단계를 넘어서면 그룹 내 핵심 인물들에 이어 신 회장의 검찰 소환도 예견된 수순이다.

◇귀국후 검찰 조사, 비리 드러나면 큰 타격

결국 예상대로 주총에서는 승리했지만 신동빈 회장에게 남은 과제들이 더 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검찰 수사다.

주총이후 일본에서 업무를 마친 후 다음주 주말쯤 귀국할 예정인 신동빈 회장에게는 검찰의 전방위적인 수사로 드러난 각종 의혹들이 기다리고 있다.

우선 롯데가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운 화학사업, 즉 롯데케미칼에 대한 문제가 있다.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해외업체로부터 원료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또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으로 취임한 2004년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성사시킨 약 14조원에 이르는 M&A 과정에서 제기된 석연치 않은 거래 등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제2롯데월드 인허가 과정,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과 본인이 계열사로부터 수령한 자금 등 곳곳에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만약 검찰수사 과정에서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나고 형사처벌이라도 받게 된다면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경영권을 지킬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경영권을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비리 재벌'이라는 꼬리표를 평생 달고 가야 한다.

◇'무한 주총' 예고한 신동주, 끝나지 않은 경영권 분쟁

또 이번 주총에서는 이겼지만 경영권 분쟁이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다. 신동주 회장이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광윤사의 최대주주로 있는 한 지속적으로 걸림돌이 된다. 신동주 회장은 광윤사를 이용해 롯데홀딩스의 주총소집 등을 꾸준히 요구할 수 있는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동주 회장은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패한 후 "종업원지주회 회원들의 변화가 고무적"이라며 "표면적인 결과는 지난 임시주총들과 같지만 내부적으로는 많은 변화가

있음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불법적으로 경영권을 찬탈한 신동빈 회장,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 고바야시 마사모토 최고재무책임자 등 현 임원진을 해임하고, 롯데그룹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경영권을 되찾을 때까지 '무한 주총'을 예고한 것이다. 만약 신동빈 회장이 검찰 수사 결과 비리가 드러날 경우 이후 주총에서도 승리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에 대해서도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이를 어느정도 해소하겠다는 의지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롯데홀딩스 등을 상장해 광윤사의 지분율을 낮추려는 의도도 있다는 해석이다.

◇멈춰버린 롯데 재가동 - '反 롯데 정서'도 해결해야

검찰 수사로 인해 멈춰버린 롯데그룹의 엔진을 다시 가동시켜야 하는 과제도 있다. 롯데그룹은 검찰 수사 이후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호텔롯데 상장이 무산됐다. 굵직한 해외 M&A도 두어건 정도 포기했다.

하반기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부활도 여의치 않게 됐고, 이로 인해 호텔롯데 상장 재추진이 가능할 지도 미지수가 됐다. 그룹의 숙원사업인 롯데월드타워 완공도 연내 가능할 지 불투명하다.

신동빈 회장은 귀국후 이처럼 대내외적으로 정지된 그룹의 경영활동을 다시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귀국하면 기다리는 것은 검찰의 조사다. 검찰 조사로 인해 이런 현안 해결에 전념하기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다.

경영권 분쟁에 이은 비리 혐의로 확산된 '반 롯데 정서'도 문제다. 신동빈, 신동주 개인이 아닌 롯데그룹 차원에서는 가장 심각한 문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실 롯데홀딩스 주총의 경우 큰 문제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며 "사업적인 현안을 해결하기도 모자랄텐데 검찰 수사에 상당한 시간을 뺐길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금 상황으로선 추가적인 사업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신 회장은 귀국 이후 각 계열사를 안정시키는데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가 주요 투자를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 그룹 총수를 직접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계열사들도 현상 유지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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