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이제 삼성전자에서 '과장, 차장, 부장'이 사라진다. 직원 간 호칭은 '프로', '~님' 등으로 단순화된다.

삼성전자는 27일 이 같은 내용의 인사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안은 지난 3월 수원디지털시티에서 개최된 '스타트업 삼성 컬쳐혁신 선포식'에 이은 것으로 수평적 조직문화 조성, 글로벌 경쟁력 제고 등을 위해 마련됐다.

"차장, 부장이란 호칭이나 직급의 의미가 퇴색됐다. 앞으로 삼성을 이끌어 가야 할 미래 주도 세력은 20~30대다. 삼성 기업문화는 앞으로도 '젊은 피'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이날 이재용 부회장은 주도적으로 이식하고 있는 '뉴삼성 DNA'에 대해 삼성맨들은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문화'란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관리와 조직'을 커다란 덕목으로 삼아온 삼성식 기업문화 DNA로 지금까지의 성장을 이뤄냈지만, '보다 유연하고, 보다 직능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지 못하면 한계점을 뚫기 쉽지 않다는 상황 인식도 담겨있다.

삼성전자는 연공서열, 기수 중심의 인사제도와 사내 문화를 혁신하기 위해 총 7단계의 수직적 직급 체계를 완전히 없애고 4단계의 직급으로 간소화 한다고 밝혔다. 4단계의 직급도 직무 역량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입사연도와 상관없이 정해진다.

호칭도 바꾸기로 했다.

이름 뒤에 '00님'을 붙이거나, 부서 성격에 맞춰 '~프로, ~선후배님' 또는 영어식 이름을 권장한다. 한마디로 수평적 관계를 조성하겠다는 의지다.

일부 대기업에서 사원, 대리, 과장, 부장 등의 직급을 없앤 경우는 있었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처럼 직급체계에서 아예 연공서열을 걷어낸 곳은 처음이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수평적 관계가 보장되면 기존의 보고와 회의 문화가 순차적으로 바뀔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이를 통해 꼭 필요하지 않은 회의를 없애 업무 스트레스를 줄이고 효율적이면서도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유도한다는 포석이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이번 개편으로 많은 부분이 변할 것"이라며 "그동안 상급자 눈치를 보며 휴가도 못가는 경우도 많았는데 회사 측에선 이 같은 구태 문화를 제거하는 노력도 병행한다고 밝혔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이 참에 불필요한 잔업과 특근 근절에도 나선다. 특히 상급자의 눈치를 보며 퇴근하지 않는 '눈치성' 잔업, 불필요한 습관성 잔업, 특근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다.

다만 내부 일각에선 직급 관련해서는 입에 붙던 습관이 안 돼있는데 하루아침에 그렇게 쉽게 바뀔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우려했다.

삼성전자의 또 다른 관계자는 "00님 보다는 원래대로 부르던 대로 부를 것 같기도 하고 변화하겠다는 의지는 환영할만하고 바꾸겠다고 선언한 부분들도 모두 좋은데 현실적으로 적용되는 게 중요할 것"이라며 "내부 직원들은 반신반의하는 눈빛으로 보고 있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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