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경인아라뱃길 수로에서 발견된 머리 없는 시신의 진실은 무엇일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7일 "목을 끈에 매달아 추락했을 때 발생하는 흔적이 시신에서 발견됐다"는 1차 부검 결과를 경찰에 통보했다.

인천 경인아라뱃길 수로에서 훼손된 시신 상태로 발견된 고물상 주인(50·남)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부검 결과다.

지난 26일 시신 발견이후 경찰은 ‘강력 사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 사건을 다뤘다. 시신이 훼손된 것으로 보아 토막 살인일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시신의 옷 호주머니 속에서 신분증과 신용카드가 들어 있는 지갑을 발견했다. 그것을 통해 고물상을 운영하는 A씨(50)의 시신인 것을 확인했다.

그날 오후 목상교 북쪽 입구에서 A씨가 타고온 아반테 차량도 찾아냈다. 이 차량은 4개월 전부터 A씨와 함께 거주하던 남성의 소유인 것으로 밝혀졌다. 자동차 판매상인 이 동거인은 “평소 A씨가 내 차량을 몰고 다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문제는 이 차량에 A씨 외 다른 사람이 동승한 흔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이 시신 옷 속에 있었고, 평소 A씨가 운전하던 차량이 시신이 발견된 장소 부근에 주차돼 있는 것도 의외였다.

만약 누군가 A씨를 살해했다면, 왜 이리 허술하게 처리했을까? 시신을 훼손하는 경우는 보통 신원을 확인하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이다. 그런데 A씨의 시신과 주변 정황은 살해와는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았다. 그렇더라도 자살한 시신의 목이 절단된 상태로 발견된 것을 설명할 수 있을까. 경찰을 곤혹스럽게 만든 대목이다.

그동안 경찰은 자살과 타살 양쪽을 모두 염두에 두고 A씨 행적을 파악해나갔다. 조사 결과 A씨는 23일 오후 10시40분쯤 자신의 고물상을 나서 아반떼XD 차량을 운전해 약 20분 뒤인 오후 11시쯤 목상교 북쪽 입구에 이 차량을 주차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이후부터 시신이 발견된 26일 오전 6시 사이 A씨의 추가 행적이 드러난 것은 없었다.

결국 부검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부검 결과는 “목에 끈을 매단 채 추락했을 때 발생하는 흔적이 A씨의 시신에서 확인됐다”는 것이었다. 경찰은 목상교 난간에서 노끈 형태의 밧줄이 매달려 있는 것도 발견했다. 부검 결과와 발견된 노끈으로 미뤄 경찰은 A씨가 목상교 난간에 노끈으로 목을 맨 상태로 오래 있다가 절단됐거나, 목을 맨 채 뛰어 내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대부업체에서 2000만원을 대출받아 고물상을 운영하는 등 경제적으로 매우 힘들었으며 주변 지인들에게도 이 같은 상황을 토로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훼손된 시신이라는 것 외에는 범죄를 의심할 만한 다른 정황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27일 오전 10시8분께 인천 서구 경인아라뱃길 목상교 인근 수로에서 고물상 주인 A(52)씨의 머리 부분이 수색 하던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A씨의 머리 부분은 계양역에서 검암역 사이 수로 물 위에 떠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국과수 부검 결과를 바탕으로 A씨가 자살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마무리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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