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로 유럽연합(EU)의 분열이 '되돌릴 수없는' 현실로 나타나게 됐으며, 세계 경제에 미칠 타격이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 버금갈 것이라고 미국의 투자자 조지 소로스가 경고했다.
[김선숙 기자]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은 가운데 투자거물들의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헤지펀드업계의 대부 조지 소로스가 도이치뱅크 주식에 대한 ‘빅쇼트’로 85세의 고령에도 전성기 못지않은 투자감각을 과시하면서 '대박'을 터뜨린 반면,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보유 중인 주식들이 폭락하면서 수조원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소로스가 회장인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다음날인 24일 도이체방크 주식 700만주를 공매도했다. 도이체방크 전체 주식의 0.51%에 해당하는 규모다.

공매도란 특정 기업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내려간 뒤 되사서 갚는 투자 기법을 말한다.

도이체방크 주식은 지난 24일 전일 대비 14% 하락한 13.37유로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최고가는 13.95유로였다. 장중 최고가를 기준으로 하면 소로스는 9800만유로(약 1268억원)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소로스는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파운드화 가치가 20% 넘게 급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소로스의 대변인은 소로스가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파운드화 하락에 베팅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투표 전 파운드화에 대해 매수 포지션을 취했다고 밝혔다.

소로스의 대변인은 “소로스가 세계 시장 전망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투자에서 이득을 얻었다”고 말했다. 소로스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은행주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도이체방크를 공매도 대상으로 삼은 셈이다.

월가에선 소로스가 브렉시트를 계기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고 있다. 올봄 자신의 이름을 건 소로스펀드가 죽을 쑤면서 두 자릿수 마이너스 수익을 보이자 직접 트레이딩에 복귀한 뒤 브렉시트로 단숨에 수익률을 플러스로 돌리면서 화려한 명성을 과시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소로스는 복귀 직후 “글로벌 금융시장에 위기가 임박했다”며 금 등 안전자산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 후 금값이 온스당 1300달러를 돌파하며 2년래 최고가로 치솟아 막대한 차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경제 전문지 포천(fortune)은 금융 정보 사이트 '24/7 월스트리트'를 인용, 브렉시트 이후 버핏이 70억달러(약 8조1100억원) 이상의 손해를 봤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버핏이 보유한 웰스파고·IBM·BNSF 등의 주가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다만, 포천은 이는 추정치일 뿐 실제로 사고판 결과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버핏은 “남들이 탐욕을 부릴 때는 두려워해야 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는 탐욕을 가져야 한다”는 유명한 격언을 남겼다. 하지만 브렉시트로 전세계가 공포에 질렸을 때 다른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큰 손실을 입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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