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숙 기자]"삼성 이건희 회장 사망. 오후 3시 발표 예정."

이 한 줄에 증시가 춤추고 나라가 들썩였다. 일명 찌라시를 통해 카톡으로 급속히 확산된 이 정보는 ‘가짜’였다,

급기야 경찰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망설 유포 사건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서울경찰청은 1일 오후 4시쯤 삼성전자가 이 회장의 사망설이 담긴 ‘찌라시’ 유포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는 진정서를 제출함에 따라 사망설 작성·유포세력을 찾는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일단 경찰은 찌라시 최초 작성자와 이를 유포한 세력을 찾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들을 검거하면 추가 조사를 벌여 주가조작 의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이번 '이건희 카톡 찌라시' 소동은 카톡메시지 1시간 만에 광속으로 퍼졌으며 삼성물산 주가 한때 8% 급등했으며 삼성 주식 널뛰기에 12조원이 출렁거렸다. 한마디로 증시에 토네이도가 휘몰고 지나간 격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지난 30일 낮 12시쯤 증권가를 중심으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사망했고, 곧 삼성 측이 사망 사실을 발표할 것이라는 한 줄짜리 카카오톡(카톡) 메시지가 퍼지기 시작했다. 30여분 뒤부터는 '업데이트 버전'이라면서 "이건희 사망 사실이 현재 청와대 내부보고로 올라갔고 엠바고가 걸린 상태’라는 내용이었다.

이어 "삼성전자도 사실을 공식 확인했고, 곧 삼성병원이 공식 브리핑을 할 것"이라는 메시지가 떠돌았다. 많은 직장인이 동료와 친구끼리 이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정말 사실이냐"고 물었다. 1시간쯤 뒤 삼성그룹은 삼성측은 "사실 무근이다“며 ”잊을 만하면 한번 씩 나온다. 사실과 다르다."고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이날 증권시장은 오후 내내 몸살을 앓았다. 이 회장 사망설을 담은 '찌라시(사설정보지)' 내용이 4800만명이 가입한 카톡을 타고 불과 1시간 만에 광속(光速)으로 퍼졌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사망할 경우 삼성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삼성 계열사 주식을 매수하겠다는 주문이 급속도로 몰렸다.

삼성그룹 지주회사인 삼성물산 주가는 오후 한때 전날 대비 8.5% 급등한 12만75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삼성그룹이 이 회장 사망설을 공식 부인하자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삼성물산 주가는 전날 대비 4.7% 오른 12만3000원에 마감했다. 삼성SDS 주가는 한 때 전날 대비 7.6% 오른 14만8500원까지 급등했고, 시가총액 1위주인 삼성전자도 전날보다 3.5% 오른 144만5000원까지 뛰었다. 하지만 이들 주가도 소문이 거짓으로 밝혀진 후 각각 4% 상승(14만3500원), 2.1% 상승(142만5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삼성그룹주 16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근거 없는 찌라시 때문에 12조원이나 출렁거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 줄짜리 거짓 카톡 메시지에 대한민국 주식시장 전체가 휘둘린 것"이라고 했다.

'찌라시'로 불리는 사설정보지는 그간 A4 5~10 페이지 분량의 문서 형태로 정리된 뒤 일주일에 한 번씩 일정한 주기를 두고 유통됐다. 유통자도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한 '여의도팀', 사채 시장이 주가 된 '명동팀' 등으로 한정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 찌라시 유통의 주 무대가 카톡 등 모바일 메신저로 옮겨가면서 유포 속도가 빨라지고 파급력이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카톡 찌라시는 분량이 짧아 전달하기 간편하고, 찌라시에 등장하는 인물의 사진이나 영상이 첨부돼 대중의 이목을 쉽게 끌고 있다.

SNS를 통해 찌라시 생산과 유통은 급격히 늘어나는 반면, 최초 유포자 색출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카톡을 통해 오가는 메시지가 하루 평균 55억건(최대 65억건)에 달하는 데다 데이터 보관 기간이 짧아졌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은 지난 2014년 10월 이른바 '사이버 망명' 사태를 겪은 뒤 대화 내용을 서버에 저장하는 기간을 기존 5~7일에서 2~3일로 단축했다.

이번 찌라시 유포 사건을 두고 특정 주가 조작 세력이 의도적으로 소문을 퍼뜨린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삼성 측은 "지난 2년간 증권가 찌라시 등을 통해 수차례 이 회장 사망설이 끊임없이 돌았다"며 "이번에도 경찰 수사 의뢰 등의 대응은 일절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이번 삼성그룹 주 급등과 관련해 주가 조작 여부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이 사건이 관심사안인 만큼 일선 경찰서로 사건을 내려보내지 않고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직접 사건을 맡기로 했다.

사이버수사대 내에서 이른바 '찌라시' 등 유포를 추적한 경험이 많은 전문가를 동원해 다른 사건과 동일하게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일단은 최초 유포자를 찾는 데 주력하고, 유포자를 검거하게 되면 조사를 벌여 주가조작 등 의도가 있었는지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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