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지난달 30일 경찰은 서울 도봉구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추가 피의자 한모(21)씨를 구속하면서 길었던 5년의 내사 기간을 마무리했다.

이날 한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서울북부지법 신현범 영장전담부장판사는 "범죄혐의의 소명이 있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경찰은 한씨와 함께 범행을 주도했던 김모(21)씨, 박모(20)씨, 정모(20)씨는 같은 혐의로 구속됐다.

한씨는 5년 전 A씨 등 수십 명과 함께 여중생 B양과 C양을 집단 성폭행을 하면서 이를 주도한 혐의. 경찰에 따르면 한씨 등 22명은 당시 모두 같은 학교에 다니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이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 사이였다.

이들은 B양과 C양이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을 본 뒤 음주 사실을 빌미로 협박, 약 일주일 간격으로 두 차례에 걸쳐 범행을 저지른 혐의가 있다.

또 경찰은 특수강간미수 혹은 방조 혐의를 받고 있는 6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군 복무 중인 12명은 조사 후 군에 신병을 넘길 예정이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5년 전 발생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조사를 마치고 내주 초 검찰에 사건을 넘길 예정”이라고 2일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 등 22명은 당시 같은 학교에 다니지는 않았으나 평소 알고 지냈던 사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피해자들이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을 보고, 음주 사실을 빌미로 협박하면서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조사결과 밝혀졌다. 다만 5년 전 발생한 사건인 만큼 직접적인 물증보다 피의자 진술 위주로 범죄 사실을 입증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더 이상 수사할 부분은 없다"며 "(피의자들이) 시인을 한 상태로 추가로 조사할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5년 전 사건이라 거의 진술만 있다"면서도 "(범행을 부인한다면) 자기 진술을 뒤집는 것 밖에 안 될 것"이라고 했다.

피의자 가운데 한 명은 지난달 30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범행 사실이 잘 기억나지 않고 본인이 주도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진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심문을 맡은 신현범 영장전담 판사는 "범죄 혐의의 소명이 있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경찰은 지난 2012년 다른 특수강간 사건을 조사하던 중 "비슷한 사건이 있다"는 진술을 듣고 사건을 인지했다.

피해자들은 자신의 부모에게도 사건을 알리지 않았다. 사건의 충격으로 외출 자체를 꺼리기도 했다.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은 사건의 충격으로 등교를 하지 않아 유급 끝에 학업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처음에는 사건을 진술하기 꺼려했지만, 연령과 취미를 맞춰주고 과자를 사주는 등의 방식으로 마음을 돌리게 했다고 설명했다.

◇범행 1년 후에도 피해자 후유증 심각

한편 사건을 맡은 김장수 경위는 사건발생 후부터 피해자를 설득하기까지 수사가 진행된 과정을 지난달 30일 인터뷰를 통해 공개했다.

김장수 경위는 피해자의 증언을 얻기 위해 몇년에 걸쳐 조심스럽게 조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김 경위는 “성폭행 당한 것도 부모한테 알려지고 수사가 진행되면 주변에 있는 사람도 알게 되고, 이런 점을 여러 가지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며 수사가 진척되기 어려웠던 피해자의 상황을 설명했다. 가해자들이 피해자 주변인물인 경우가 많아 보복 등을 두려워해 주위에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경위는 피해자를 처음 만났을 때 사건발생 후 1년이 지났음에도 후유증이 심했던 사실을 떠올렸다. 김 경위는 “처음 만났을 때는 아주 안 좋았다. 밖에 나가는 걸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며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하기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몇년이 지날수록 계속 접촉을 하면서, 접촉하는 동안은 사건 얘기는 일체 안했다”며 피해자의 마음을 열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김 경위는 가해자들을 만난 얘기도 전했다. 가해자 22명 대부분이 범행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가해자들에게 질문한 결과 ‘당시는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인지 몰랐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 사이에서는 사건이 알려진 시기가 적절했다는 시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지역 학교전담경찰관이 담당 여학교 학생과 성관계를 맺은 사건으로 침체됐던 경찰 분위기가 이 사건 해결로 다소 환기됐다는 내부 견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2명 성폭행 가해자들, 그동안?

한편 '도봉구 22명 성폭행 사건'으로 세간에 알려진 고등학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최근까지 일상이 공개됐다. 가해자들은 5년 전 여학생 2명의 인생을 짓밟은 이후 너무도 잘살고 있었다. 이들 가해자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전거 여행을 하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며 평온한 생활을 했다. 특히 이들 중 외국 명문대에 진학한 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년 만에 충격적인 집단 성폭행 사건이 드러나자 사람들은 분노를 쏟아냈다. 각종 커뮤니티에는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길 바란다", “금수만도 못한 놈들, 지들이 저지른 행동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줘야 한다”며 강력 처벌을 촉구하는 글에서부터 “전부 다 XX를 잘라 버려야 한다”며 다소 과격한 발언도 잇따랐다.

이런 가운데 가해자 중 한 부모의 발언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이들은 “여태껏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나서는 건 뭐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 5년이나 지난 일인데 그걸 갖고 왜들 그러냐. 사람이 지나가다 스칠 수도 있고 만질 수도 있지. 이런 게 다 문제면 의사가 환자를 위로하려 팔을 쓰다듬는 것도 성추행이냐”며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여 네티즌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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