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최근 건설업계에 새로운 트렌드와 변화가 요구되면서 30대 젊은 오너 2~3세가 직접 경영에 참여해 보수적인 경영기조에 신선한 바람을 넣고 있다.

대형 건설사 오너 3세들은 새로운 조직을 맡아 신규 먹거리를 찾기도 하고, 중견 건설사 오너 2세들은 타른 회사의 체계화된 시스템을 익혀 직접 자사에 적용하기도 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외아들이자 오너 4세인 허윤홍 GS건설 전무는 현재 사업지원 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허 전무는 1979년생으로 올해 37세다. 대형 건설사 중에서는 거의 유일한 30대 오너 일가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27) 씨가 한화건설에 매니저로 입사했지만 아직 20대 후반이다. 허 실장은 한 때 주유소의 주유원으로 근무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과거 고(故) 허준구 명예회장의 4남인 허명수 부회장이 GS건설을 맡았던 것처럼 향후 허 전무가 GS건설을 이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허 전무는 한영외고, 세인트루이스대학 국제경영학, 워싱턴대 경영학 석사를 마치고 지난 2002년 LG칼텍스정유에 입사했다. 지난 2013년 GS건설 경영혁신담당 상무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해 말 3년 만에 전무가 됐다.

사업지원실은 GS이니마와 인프라 토건, EPC사업 등 GS건설이 시행하는 굵직한 사업을 지원하는 국내·외 사업을 총괄 지원 부서다. 허 전무는 지난해 12월에는 직접 오만 현지 계약식에 참석해 8200억원 규모의 석유화학 플랜트 수주 계약을 맺으면서 경영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대형건설사의 한 고위 임원은 "최근에도 영어 과외 선생을 고용해 해외 경제에 대해 토론을 하는 등 빠르게 변화하는 해외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면서 "주변의 타 대기업 오너 3세들과 자주 만나 회사 경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중견사의 경우 대보건설의 최정훈(37) 부사장이 지난해 신규 주택 브랜드인 '하우스디'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차남인 최재훈(36)씨도 대보정보통신에서 상무로 회사 경영에 참여 중이다.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의 장남인 최 부사장은 대보건설을 이끌면서 최 회장에 이어 회사를 이끌어갈 준비를 하나씩 하고 있다. 대보건설은 지난해 매출 4940억원을 기록해 그룹 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최 부사장은 한양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MIT에서 부동산 금융 석사를 취득했다. 현대건설, KTB PE를 거쳐 현재 대보건설 전략기획실장 겸 인프라개발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특히 저마진이지만 안정된 운영을 보였던 관급공사에서 벗어나 민간분양 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최 부사장은 대보건설 최초의 민간 개발사업인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지식산업센터 '하우스디비즈' 개발과 신라스테이 천안호텔 건립 등 주요 사업을 이끌었다. 하우스디(hausD) 등 주택 브랜드도 새롭게 론칭해 성공적으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의 차녀 권보영 씨도 현재 30대 후반으로, 디자인 팀장으로써 반도의 주택 상품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권 팀장은 일본 3대 미술대학으로 불리는 도쿄 타마미술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세계 3대 산업 디자이너인 카림 라시드와 함께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반도가 2011년 경기도 김포시에 혁신적인 4.5베이 평면을 밀어붙이면서 주택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도 권 팀장의 힘이다.

지난 2014년 세계 3대 산업디자이너 카림 라시드와 업무 협약을 맺고 동탄 지역에 '카림애비뉴' 브랜드로 무장한 스트리트 몰을 세운 장본인이기도 하다.

권 회장의 막내 아들인 권재현(31) 씨도 최근 개발팀에 합류해 수주 영업을 하는 등 밑바닥에서부터 본격적으로 회사 업무에 발을 내딛었다.

창성건설의 경우 오너 2세인 배동현(33) 대표가 직접 회사를 이끌고 있다. 창성건설은 업력은 짧지만 오피스텔이나 호텔 등 수익형 건물들을 주로 사업을 하면서 건실하게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 청진17지구 오피스빌딩, 수원 클래시아 영통 오피스텔, 평택 송탄 클래시아 오피스텔, 김포 물류센터 등 2000억원에 달하는 건축 및 토목사업을 수주했다. 배 대표는 장애인노르딕스키 실업단을 창단하는 등 스포츠 후원에도 애쓰고 있다.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의 아들 권민석 사장도 1978년생으로 올해 39살이다. 권 사장은 아이에스동서와 아이에스건설, 아이에스해운의 대표를 맡고 있다. 권 사장은 미국 보스턴대 경제학과, 연세대 MBA 출신으로 자본시장과 IB업계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회사를 이끌어가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건설사들이 보수적인 경영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을 최우선으로 삼았지만 최근 대·내외 환경이 변하면서 건설사들도 사업 다각화와 혁신적인 경영이 필요하게 됐다"면서 "특히 30대의 오너 2~3세들이 젊은 감각으로 회사에 활기를 불어넣고, 리스크 관리와 신성장 동력 발굴에 힘을 쓰는 등 건설업계를 이끌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