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영자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
[이미영 기자]롯데家 몰락의 시작인가

신영자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75)이 결국 7일 구속되면서 롯데그룹이 침통한 분위기에 빠졌다.

신 이사장은 심문이 끝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길에 카메라를 의식한 듯 화장을 고쳐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 때문에 부축을 받으며 법원에 들어선 일이나 통곡한 것에 대해 진정성을 의심받기도 했다.

어쨌건 검찰이 롯데그룹 비리 의혹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시작한 이래 첫 오너 일가가 구속되는 치욕을 맛봤다.

전날 신 이사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부장판사는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신 이사장은 현재 호텔롯데, 롯데쇼핑, 롯데건설, 부산롯데호텔, 롯데자이언츠, 대홍기획, 롯데리아, 롯데복지재단·롯데장학재단·롯데삼동복지재단(롯데복지장학재단) 등의 계열사에서 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이 중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롯데복지장학재단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는 출퇴근을 정기적으로 하지 않는 비상근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95)은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기 전에 혼인했던 고(故) 노순화 여사 사이에서 낳은 신 이사장에 대해 평소 애틋한 감정을 품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 총괄회장은 어린 시절을 함께 하지 못했던 신영자 이사장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고 '반드시 챙겨야 한다'고 말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신 이사장이 핵심 계열사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는 신 이사장에 대해 배임수재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지난 4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신 이사장은 2012년 이후 롯데면세점·백화점의 입점 및 매장 위치 편의 명목으로 30억원대의 뒷돈을 챙기고 40억원대의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이사장은 정운호(51·구속기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롯데면세점에 입점한 점포 수를 늘려주고 기존 매장은 크기를 확장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B사를 통해 10억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B사 이모 대표로부터 B사의 실소유주가 신 이사장이라는 진술도 확보했다.

신 이사장은 네이처리퍼블릭 외에 다른 화장품 업체들로부터도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가 있다. 롯데백화점 식당 입점과 관련해선 초밥전문점 운영업체 G사로부터 10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도 있다.

신 이사장은 세 명의 딸을 아들 회사인 B사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거나 직원인 것처럼 꾸며 40억원대의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B사는 유명 브랜드 제품 유통업체로 신 이사장 장남인 장모씨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장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 사실상 신 이사장이 B사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수사가 시작된 이후 B사의 증거인멸 과정에 신 이사장이 개입했다는 정황도 잡고 구속 필요 사유로 기재해 보강 수사를 벌이기로 했다.

신 이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관련 혐의 일체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지난 5일 오전 대홍기획 A 자회사와 거래처 2곳 등 총 3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대홍기획 수사 과정에서 수상한 자금 흐름을 발견하고 자회사와 거래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혐의를 적발한 것은 아니고 거래관계에 대한 확인 차원"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대홍기획이 이들 업체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롯데 광고 기획사인 대홍기획은 롯데정보통신 등과 함께 롯데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다음 타깃은 누구?

한편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구속함에 따라 롯데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수사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신 이사장이 롯데그룹 계열사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오너 일가 비자금 조성 의혹에도 관여한 연결고리가 있는지를 규명하는데 수사력을 모을 전망이다.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신 이사장은 전날 오전 10시30분부터 진행된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우황청심환을 먹으며 마음을 달랬고, 눈물소리가 법정 밖에서 들릴 정도로 통곡하며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신 이사장 신병을 확보한 만큼 최대 20일의 보강수사를 거쳐 기소 내용을 확정할 방침이다. 일단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및 배임, 배임수재 3가지다.

검찰은 신 이사장은 정운호(51·구속기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등으로부터 롯데면세점 입점에 대한 청탁을 받고 30억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뒷돈'이 오간 경로로 의심되는 B사에 딸들을 등기 임원으로 올려 40억원대의 회삿돈을 빼돌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향후 검찰은 신 이사장을 상대로 다른 업체들의 롯데면세점 입점 과정에서도 부당한 대가로 돈을 받아 챙겼는지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또 검찰 수사를 앞두고 B사가 증거인멸한 과정에 개입했는지도 파악할 방침이다.

아울러 신 이사장이 그룹 경영에 깊숙히 관여한 만큼 그를 상대로 개인비리 뿐만 아니라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전반에 대해서도 추궁할 계획이다.

롯데쇼핑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신 이사장은 호텔롯데·부산롯데호텔·롯데건설·롯데자이언츠·대홍기획·롯데리아·에스앤에스인터내셔널·롯데복지재단·롯데장학재단·롯데삼동복지재단 계열사 10곳의 이사를 맡고 있다.

이는 부산롯데호텔·롯데건설·롯데자이언츠·롯데알미늄 4곳의 임원으로 등재된 신격호(94) 총괄회장이나, 호텔롯데·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에프알엘코리아·롯데케미칼·롯데제과·롯데문화재단 6곳 임원을 겸직하고 있는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보다 많은 것이다.

이에 따라 2013년 호텔롯데의 부여리조트와 제주리조트 인수·합병 과정, 2008년 계열사 9곳이 롯데상사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 총괄회장 소유 토지 매수 대금을 몰아준 의혹, 대홍기획과 그룹 계열사 간의 불투명한 자금 흐름 등 그간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신 이사장은 롯데그룹 내 공식 직함이 많다.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계열사의 의사결정에 관여했는지 여부에 대해 물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미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가 1일 신 이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6시간에 걸쳐 조사한 내용도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부서와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이사장을 구속한 검찰의 칼날은 다른 총수일가로도 향할 전망이다. 특히 관련자들로부터 부외자금 200억원을 운용했다는 진술이 확보된 신 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는게 중론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신 회장의 구속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돌고 있다. 검찰이 적시한 신 이사장의 구속필요사유에 증거인멸 부분이 적시됐고 이를 법원이 받아들인 만큼, 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증거인멸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신 회장 역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신 회장 뿐만 아니라 신 총괄회장과 그의 세번째 부인 서미경(57)씨, 신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62) 전 부회장, 신 이사장의 딸 등 그룹 오너 일가들이 수사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신동주 "비자금 의혹, 나는 전혀 모르는 일"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자신은 비자금 의혹과 관련이 없다고 적극 부인했다.

신 전 부회장은 이 같은 입장을 5일 발행된 일본의 한 주간지 인터뷰를 통해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신 전 부회장은 해당 인터뷰에서 "롯데에서는 오랫동안 일본은 제가, 한국은 동생 신동주가 형제끼리 분담하고 경영을 해왔다"면서 "부끄러운 일이지만 저는 한국의 경영에 관해서는 거의 실태를 파악하지 못한다. 당연히 비자금의 여부에 대해서 알 길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신 부회장은 일본 롯데물산에 비자금 연루 의혹을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해 롯데케미칼 측과 동일한 해명을 하며 검찰의 주장은 오해라고 강조했다.

그는 "롯데케미칼의 전신 호남석유화학이 2013년께까지 일본 미쓰이 물산에서 원료인 에틸렌과 나프타를 수입하고 있었다"면서 "당시 미쓰이 물산은 일본 측의 '컨트리 리스크'를 꺼리고 직접 매매를 하고 싶지 않았다. 거기에서 무역 회사인 롯데물산이 중간에 끼어들어 호남 석유에 파는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롯데케미칼로부터 롯데물산에 자금 흐름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신동빈 회장에 대한 공세는 늦추지 않았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그룹은 지금 창업 다음 최대의 위기다. 언론은 연일 이 이야기로 자자하다"면서 "나도 창업가의 한 사람으로서 또 그동안 롯데의 경영에 관여했던 사람으로서 소비자와 거래처에 죄송한 마음 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동생 신동빈 회장이 "구조 개혁에 힘쓰겠다"며 발언했지만 실제로는 전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롯데와 롯데홀딩스의 경영진은 제대로 설명 책임을 못하고 있다"면서 "의혹의 와중에 있는 이사가 6월 말 롯데 홀딩스 부사장으로 승진을 하고 다른 롯데홀딩스 이사도 자회사로 승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신 전 부회장의 일본 언론 인터뷰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 측이 국내에서는 언론 환경이 호의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앞서 신 회장의 술집 출입 관련 파파라치 사진 보도처럼 일본에서 언론 플레이를 통해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장 누나 신영자 이사장이 구속을 눈앞에 둔 상황인데 굳이 저런 언론 플레이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면서 "국내에 알려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라 보여진다. 그래도 자제를 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편 신 전 부회장 측 홍보대행을 맡은 에그피알도 신 전 부회장의 일본 인터뷰에 대해선 전혀 국내 언론엔 알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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