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최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서울메트로. 사건이 불거진 가운데 서울메트로가 그동안 하청업체에 대해서는 슈퍼 갑(甲)질을 펼치면서도 자사 퇴직자들에게는 헐값 상가분양을 해주는 등 무분별한 특혜를 펼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메피아(메트로+마피아) 수사가 이어지면서 과거 서울메트로의 퇴직자 밀어주기 실체가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다.

그동안 공기업인 서울메트로는 막대한 손실을 봐가면서도 조직에 몸담았던 임직원들의 사적인 이익을 무분별하게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메트로는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회사를 나가게 된 퇴직자들에게 상가를 제공하거나 자회사에 자리를 마련해줬다. 이후 회사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임대료 조율, 고가 계약 등으로 퇴직자를 간접 지원을 했던 정황이 속속 경찰 수사 결과 밝혀지고 있다.

◇상가 특혜로 제공하고 임대료 제멋대로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서울메트로가 퇴직자들과 특혜성 상가 계약을 맺고 수백억원을 부당 지원했던 혐의를 전면 수사 중이다.

경찰은 퇴직 임직원 대상 상가 임대료를 임의로 손봤던 혐의가 있는 서울메트로 전·현직 관계자 4~5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서울메트로는 지난 2002년 구조조정으로 479명의 임직원을 내보내면서 유동인구가 많은 노른자위 상가를 임대받을 수 있도록 했다. 퇴직자들은 상가를 빌리면서 15년의 장기 계약과 임차권을 타인에게 1회 양도할 수 있는 특혜를 받았다.

내부 규정에는 일반적인 상가 계약의 경우 최고가를 제시한 입찰자에게 5년을 임대받을 수 있게 하되 임차권 양도를 계약 해지 조건으로 삼고 있다.

경찰은 상가를 임대 받은 서울메트로 퇴직자 39명 가운데 37명이 다시 타인에게 운영권을 넘기거나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수억원이 넘는 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들은 이 과정에서 회사에 손실을 끼치면서까지 퇴직자 임대 상가에 낮은 임대료 인상률을 임의 적용했다.

퇴직자 임대상가 계약상 상가 임대료는 한국감정평가원의 평가액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했다. 하지만 2011년 이후 서울메트로는 인상률을 일률적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퇴직자들이 많은 돈을 벌 수 있도록 지원했다.

지난 2011년 한국감정원 감정 결과 퇴직 상가 임대료 인상률은 평균 64%로 산정됐다. 하지만 퇴직자 등 상가 임차인들의 반대로 재감정이 이뤄졌고 인상률이 48%로 낮아졌다.

퇴직자 상가 임대인들은 이마저도 과도한 인상이라며 반발했고 서울메트로는 결국 9%의 낮은 인상률을 일괄 적용했다.

서울메트로는 2014년에도 다시 평가액에 근거한 인상률 134%를 적용하는 대신 퇴직자 상가 임대료를 9%만 올렸다. 퇴직자 상가에 낮은 인상률이 계속 적용되면서 매달 임대료가 일반 상가보다 10배 이상 적은 곳도 생겼다.

경찰 관계자는 "퇴직자 상가가 특혜 없이 재계약을 하게 되면 매년 임대료가 10억원은 오를 것"이라며 "퇴직자 상가에 100억원 넘는 특혜를 준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별도 법인에 퇴직자 보내고 '고가 계약'

서울메트로는 별도 법인에 퇴직자들을 보낸 뒤 고가 계약을 맺는 식으로도 뒤를 봐줬다. 효율성을 명목으로 자회사를 세우거나 특정 업무를 외주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하면서도 수백억원의 손실을 봤다.

경찰은 서울메트로와 위탁 업체 등과의 각종 계약에서 가액을 높게 잡는 등의 방식으로 부당 지원을 했던 정황을 확인했다.

지능범죄수사대는 메트로가 자회사 은성PSD와 외주업체 유진메트로컴과 맺은 계약 과정에서 300억원 이상의 배임 혐의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2011년 11월 서울메트로와 은성PSD의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계약, 업체 운영 등 전반에서 부실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은성PSD는 지난 2011년 8월31일 서울메트로 출신 이재범(62) 대표의 처가 설립한 회사다. 이 대표는 서울메트로 재직 기간이던 11월21일 은성PSD의 대표직을 맡고 29일 퇴사한 뒤 다음날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은성PSD에는 당시 정년을 앞뒀던 서울메트로 고위 임원 7명 등 직원 다수가 포진해있다. 경찰은 서울메트로가 은성PSD에 퇴직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일정 규모의 보수를 지급토록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서울메트로는 퇴직자들이 대거 포진해있는 은성PSD와 기존 업체 대비 4배 수준의 고가 계약을 체결했던 사실이 조사결과 드러났다.

경찰은 서울메트로가 인건비 등을 높게 산정하는 방식으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87억원 규모의 자금을 부당 지원했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서울메트로가 진행한 부대사업 전반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또 서울메트로가 자회사를 상대로 특혜 계약을 맺었다는 의혹에 관한 부분을 살펴보고 있다.

앞서 서울메트로는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역 및 유실물센터 ▲구내운전 ▲전동차경정비 ▲모터카 ▲철도장비 등 일부 영업 부문을 분사해 업무 위탁을 맡겼다.

하지만 원가 절감과 업무 효율성 등을 목적으로 이뤄진 분사임에도 불구, 서울메트로가 직영했을 때와 비교해 250억원 가까운 손실이 발생했다는 지적도 있어왔다. 이들 자회사에도 서울메트로 출신 임직원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메트로에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흔히 말하는 메피아, 전적자들이 자리를 꿰차고 있기 때문에 발생했던 문제"라며 "태생이나 계약관계가 원청과 긴밀한 관계였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1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역 대합실에서 정수영 서울메트로 안전관리본부장 겸 사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구의역 사고 원인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대책 발표 기자회견에 앞서 취재진과 시민들을 향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퇴직자 지원책 이해하려해도…"정도가 지나치게 과해"

서울메트로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했던 퇴직자 지원은 사기업들의 행보와 비교된다.

사기업들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명예퇴직이라는 명목 아래 일정 규모의 퇴직금을 지원한다. 아울러 전직지원 서비스도 도입했지만 대량 실업 상황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퇴직자들은 일자리가 없어 퇴직금을 종자돈 삼아 창업 시장에 몰린다. 국내 자영업자들은 지난해 기준 556만명에 이르지만 생계를 꾸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50대 이상 영세자영업자 50%의 월 평균 수입은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 2004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10년간 자영업자의 생존율은 16.4%에 불과했다.

서울메트로도 지난 2002년 400여명, 2008년 1100여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하지만 서울메트로는 퇴직자들에게 상가를 내주고 자회사와 관계사 등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회사의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금전적인 지원을 했던 셈이다.

일례로 낙성대역 퇴직자 상가 월 임대료는 2013년부터 50만원이다. 하지만 인근 일반 상가의 경우에는 매달 576만원의 임대료를 내고 있다.

수사기관과 서울메트로 내부에서도 대량 실업이 불가피해 퇴직자 지원이 절실했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그 정도가 과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기업인 서울메트로가 퇴직자들의 사적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서 대규모 손실까지 감수한 일은 정상참작의 수준을 한참 벗어난다는 것이다.

수사기관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퇴직자들에 대한 지원이라는 측면에서 일정 부분 이해는 가지만 정도가 심하다"며 "구조조정을 했던 다른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여러모로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구의역 사고 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명예 퇴직금을 줄 수가 없어 퇴직자들을 외주 회사로 이동시켜 2~3년 정도 임금을 보전해줬던 것"이라며 "외주 회사가 원가 감당이 되지 않으니 메트로에서 자금을 대줬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신규 채용자와 전적자 사이에 이중적인 임금 구조가 형성됐다"면서 "전적자들의 고임금을 보장해줘야했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부풀리기가 포함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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