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주 기자]네이버를 창업한 이해진 의장이 제2의 라인 신화를 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의장은 15일 강원 춘천 데이터센터 '각(閣)'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라인 상장 소감과 사업 계획을 밝히는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네이버의 해외 자회사 라인주식회사는 라인 출시 5년만에 뉴욕과 도쿄에 동시 상장했다.

넥타이 없는 정장에 회색 재킷을 입은 이 의장은 차분한 말투로 "어제밤 텔레비전을 통해 라인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행사를 봤다. 일본에서 시작해 오랜시간 발버둥친 기억이 스쳐지나갔다"며 "정말 성공하고 싶었는데 라인이 상장을 하니 꿈만 같았다. 글로벌 사업자와의 경쟁 속에 매년이 고통스러웠다. 라인 상장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성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의장은 라인의 성공을 발판으로 후속 사례가 계속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세리 선수가 해외 골프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세리 키즈'가 줄줄이 나왔다"며 "라인을 뛰어넘는 서비스가 나와야 한다. 네이버도 관련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인구가 많지 않고 시장이 작기 때문에 반드시 해외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생존할 수 있다. 라인은 생존이란 절박함 속에 태어난 서비스"라며 "라인 상장은 약 4년 전부터 준비해왔다. 라인이 성공적인 서비스로 안착하고, 투자자들에게 라인의 사업 비전을 안정적으로 보여줄 시기가 지금이라 생각해 상장했다"고 설명했다.

이 의장은 일본과 미국 동시 상장을 추진한 배경도 직접 설명했다. 그는 "일본은 라인이 처음 시작한 곳이고 시장 점유율이 제일 높아 상장 대상국 1순위였다. 미국은 글로벌 기업의 각축지인데다 미국에 상장하면 라인의 글로벌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전환점이 돼 일본과 미국 동시 상장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라인 상장을 계기로 우리나라 돈으로 최소 1조5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상장 첫날인 뉴욕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라인은 공모가보다 높은 금액에 거래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이 의장은 "라인이 상장하면서 1999년 네이버를 창업한 후 자금에 여유가 생겼다고 처음으로 느꼈다"며 "그 전에도 수익은 냈지만 그 수익만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사업하기에도 빠듯했다. 이제 조금 더 공격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졌다. 어떤 사업이라고 구체적으로 콕 집어서 말하긴 어렵지만 기술쪽으로 투자를 집중시켜 글로벌 기업들과 열띤 경쟁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이 의장이 구글을 정면 비판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 의장은 작정한듯 구글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한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세금을 정확히 내고 ▲이용자 데이터가 어디에 쓰이는지 투명하고 밝히고 ▲지도 사업을 하고 싶으면 한국 법을 따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인터넷업계 이슈인 구글의 한국지도반출 요구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어떤 기업이든 사업하려면 공정해야 한다. 네이버가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데 세금을 안 내고 매출액도 밝히지 않고, 네이버 이용자들의 정보를 어디에다 쓰이는지 설명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엄청난 비난에 휘말리고 어느 이용자도 네이버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구글이 그런 일을 벌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돈도 많고 브랜드 파워가 큰 기업이 한국에서 불공정 경쟁을 펼치고 있다. 구글과 달리 네이버는 한국법은 물론 해외 진출 국가의 현지법을 준수하며 성장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구글이 지도 서비스를 한국에서 하지 말라는게 아니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해당 국가의 규칙을 지키란 것이다. 구글처럼 자금력있는 회사가 한국에 서버를 두는게 무엇이 어렵겠냐. 지금의 구글의 태도는 사업자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언페어(불공정·unfair)한 일"며 "우리나라가 분단 상황 등의 이유로 지도 반출을 불허하고 있는데 구글은 오히려 우리나라 정책을 후진국 취급하고 있다. 구글이 유연하게 지도 서비스를 하는 방법이 충분히 있는데 자기 기업은 바꾸기 어려우니 한 국가의 정책을 바꾸라는 말이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의장은 모바일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 인기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구글 지도로 움직이는 포켓몬 고는 구글의 사내벤처 나이앤틱이 만들었다. 포켓몬 고 출시국에서 한국이 배제된 이유가 지도 반출 불허란 주장이 제기되면서 반출 허용 목소리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 의장은 "지금 포켓몬고 열풍이다. '우리나라는 왜 이런거 못하냐'는 지적을 들을 때 반성도 된다"며 "다만 구글과 텐센트를 비롯한 해외기업들은 기업에 투자하는 돈이 수십조원 대다. 투자기업이 많으니 성공하는 기업이 나올 확률도 높다"고 말했다.

또 "네이버도 지식인, 통합검색 등의 혁신적인 시도를 많이 했는데 해외기업에 비해 늘 저평가돼 서운한 느낌이 있었다"며 "네이버가 혁신없이 시장 점유율을 지키는 것처럼 비춰질 때 속상하다. 네이버의 의미있는 성과들이 더욱 인정받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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