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가 이창하
[김홍배 기자]검찰이 지난 11일 오전 이창하(60) 디에스온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가 있던 날, 이 대표는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전 사장에 금품을 제공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비자금을 조성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남 전 사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회사 동료일뿐 아무 관계도 없다"고 해명했다. 남 전 사장의 연임에 도움을 준 일도 없다고 했다.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해 "어이가 없다"고 말하고는 조사실로 들어갔다.

모두가 거짓이었다.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건축가 이창하(60)씨를 16일 구속했다.

이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조의연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이날 "범죄사실 소명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 발부사유를 밝혔다.

앞서 특별수사단은 지난 13일 이씨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과 배임증재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은 남상태 전 사장 재임 시절(2006~2012년) 그의 측근 이창하(60·건축가·사진) 디에스온 대표가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각종 특혜를 받아 비자금 수십억원을 조성한 뒤 이를 남 전 사장과 캐나다로 도주한 형 등에게 송금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등에 따르면 이 대표가 2007년 설립한 디에스온 건물에 대우조선해양의 계열사 사무실이 5년간 입주해 있었고, 이 기간 대우조선해양 측은 디에스온에 시가(市價)보다 훨씬 비싼 임차료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5년간 지급한 임차료는 1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 돈 상당 부분을 횡령해 비자금으로 조성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또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오만 선상 호텔 사업(2010년), 서울 당산동 사옥 건설 공사(2007년)를 수주한 뒤 공사비를 부풀리는 방식 등으로 비자금 수십억원을 더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대표가 이런 방식으로 빼돌린 회삿돈이 남 전 사장과 이 대표의 형제들에게 흘러간 금융거래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남 전 사장에게 대우조선해양 관련 일감을 계속 맡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억원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에 이런 사실을 포함했다.

이 대표는 또 횡령한 회삿돈으로 2009년 5월 검찰 수사를 피해 캐나다로 도주한 형의 도피 자금을 댔던 것으로 알려졌다. 형 이씨는 당시 대우조선해양 계열사 전무였던 이 대표와 납품업체들을 연결해주고 뒷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 도주했는데, 이후 이 대표가 지속적으로 형에게 돈을 송금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수배 중인 형 이씨가 캐나다에서 호텔과 골프장을 전전하며 호화 생활을 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그의 행방을 쫓아왔다. 형 이씨는 작년 12월 캐나다 정부가 비자 문제 등으로 추방 명령을 내리자 또다시 잠적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이 대표가 캐나다에 거주하는 또 다른 친형에게 돈을 부쳐 일식집을 차려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대표가 형제들에게 보낸 회삿돈은 10억원 이상이라는 것이 검찰 측의 설명이다.

◇‘러브하우스’부터 ‘학력위조’까지

이창하 대표는 MBC ‘러브하우스’에서 건축가로 등장해 이름이 알려졌다. 이후 2002년 대우조선해양의 사옥 인테리어를 맡으며 대우조선해양과 첫 인연을 맺었다. 남 전 사장의 재임 당시였던 2006년부터 2009년 사이 대우조선해양건설에서 관리본부장을 지내면서 남 전 사장의 최측근이 됐다.

그러나 유명 건축가로 이름을 날리던 이창하 대표는 대우조선해양에 재직 중에 두 번의 시련을 맞는다.

지난 2007년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이창하의 2007년 서울대 미대 중퇴, 미국 유학 사실 등 학력이 모두 허위로 드러나 김천과학대 교수직에서 사퇴했다.

당시 이창하 대표는 “서울대 미대에 합격했으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포기했고, 수원대 경영대학 입학 후 연구 과정을 수료했다. 이어 미국 LA 뉴브리지대 순수미술학과에 입학해 96년 졸업했다”고 자신의 학력을 설명했지만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의 조사결과 서울대 미대 입학 근거는 드러나지 않았다. 심지어 뉴브리지대에는 순수미술 과정이 아예 없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또 2009년엔 대우조선해양 계열사의 납품업체들로부터 뒷돈 3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유죄 선고를 받기도 했다. 심지어 범죄를 공모한 이창하 대표의 친형은 당시 수사 중에 보석금을 받고 잠시 풀려난 틈을 타 캐나다로 도피해 기소 중지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오만 선상 호텔 사업 등 대우조선해양의 굵직한 사업을 계속 수주했다. 이 대표는 연예계에서도 '마당발'로 통한다. 그는 2003년 한 인터뷰에서 "배우 이병헌·이미연씨 집과 최수종·하희라 부부의 집 인테리어 공사도 직접 맡았다"고 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