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처가와 넥슨코리아 사이의 부동산 거래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진경준 사건'에서 불거져 나온 의혹인 만큼 이에 대한 특임검사팀의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1년 넥슨코리아가 이 땅을 샀다. 당시 넥슨은 "서울 강남에 신사옥을 지어 일부 직원을 입주시키고 건물의 나머지 부분은 사무실 등으로 임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무렵 넥슨은 이미 경기도 판교에 최신식 사옥을 건립 중이었다.

19일 검찰 등에 따르면 우 수석의 장인인 이상달 전 정강중기 회장은 자신의 네 딸에게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일대 토지와 건물을 물려줬다. 우 수석의 아내 등은 2008년 부친 사망 후 상속세 납부 등을 위해 이 부동산을 팔려고 내놓았지만 2년 넘게 팔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 상속세 때문에 우 수석의 자택 등은 2009년부터 국세청에 의해 근저당이 설정된 상태였다.

넥슨은 이 땅을 1426억원에 매입하고 1년 4개월 뒤 다시 1500억여원에 매각했다. 취·등록세 등을 감안했을 때 넥슨이 이 거래로 30억원의 손해를 봤다는 것이 중론이다. 반면 우 수석의 부인 등은 상속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넥슨은 왜 이 땅을 샀나

넥슨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妻家)와 부동산 거래를 한 지난 2011년은 회사의 몸집이 크게 불어나면서 동시에 성장통을 심하게 겪은 한해로 평가된다. 넥슨은 이 과정에서 대관(對官·정부 및 공공기관 대응)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체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넥슨에게 2011년은 특별한 해다. 당시 12월 국내 게임기업 최초로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해 글로벌 기업으로 올라섰고, 그해 업계 처음으로 연매출 1조원 시대를 열며 게임에 대한 사회 편견을 재정립했다.

굵직한 기록들은 넥슨이 1994년 창업한 지 17년만에 이뤄낸 것들이다. '바람의 나라'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퀴즈퀴즈' 등 굵직한 인기 게임을 내놓으며 넥슨은 명실상부 국내 대표 IT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 게임에 대한 각종 규제 속에서 작은 기업이 콘텐츠 힘만으로 이룬 성과라 넥슨은 대한민국 벤처기업의 신화로도 불린다.

하지만 성장통도 집중됐다. 2011년 넥슨은 인기 게임 '메이플 스토리'의 백업 서버가 해킹돼 이용자 132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과징금 7억7100만원, 과태료 1500만원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넥슨의 일부 게임은 표절 시비에 휘말려 뜨거운 공방을 벌여야 했다.

숙원인 주식시장 상장도 갖은 진통을 겪어야 했다. 넥슨은 2000년대 중반부터 상장을 추진하는데 그 시기와 상장 국가를 두고 치열한 고민을 벌여야 했고, 넥슨의 지배구조 개편도 이 시기에 이뤄지면서 여론의 각별한 관심을 받는다. 일각에서는 넥슨이 본사를 일본에 두기로 하면서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일본에 간다는 곱지않은 시선을 제기하기도 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게임에 대한 인식은 이중적이다. 게임을 마약처럼 간주하고 각종 규제로 사업을 제한하면서 돈이 되는 사업이니 여기저기 손을 벌리는 곳이 많다"며 "국내에서 사업을 하기 힘드니 우리나라 게임기업 몇곳은 해외로 본사를 옮기려는 시도를 했고, 이 과정에서 넥슨이 일본에 상장하면서 본사가 해외로 갔다. 이후 넥슨이 관가(官街)에 밉보인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넥슨이 사업을 원활히 확장하기 위해 대관(對官) 관리를 더욱 강화하는데 힘을 쏟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2005년 넥슨 비상장 주식 매매에서 진경준 검사장과 판사 출신인 김상헌 당시 LG그룹 법무 부사장을 주요 주주로 참여시킨 것도 이러한 맥락이란 시선도 있다.

결과론적으로 2011년은 넥슨이 우여곡절을 겪은 해다. 넥슨 상장 주식은 진경준 검사장과 결부돼 넥슨 창립 최대 스캔들로 비화됐고, 2011년 3년 매입한 강남 부지는 우병우 청와대 정무수석 처가와 얽힌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넥슨이 2011년 3월 당시 우 수석 처가의 강남 부지를 매입한 시점은 일본 상장을 앞둔 중요한 시기였다는 점에서 관심이 크게 쏠리고 있는 것이다.

일단 넥슨과 우 수석은 진경준 검사장이 강남 부지 매매를 주선했다는 의혹을 모두 부인한 상태다.

넥슨 측은 "여태까지 나온 이야기는 모두 추측일 뿐이다. 곧 입장을 정리해서 알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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