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숙 기자]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내년에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 초반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20일 "내년 중 세계경제 성장률 하향 조정 가능성이 우세한 가운데 한국은 저성장·저물가 장기화 위험에 직면할 전망"이라며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2.5%, 내년은 2.3%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종전에 한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2.3%, 2.6%로 예측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급변하자 전망치를 큰 폭으로 수정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2%포인트 올렸다.

이는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인하 등에 따른 경기 부흥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모건스탠리는 "금리인하와 금융안정을 위한 거시건전성 조치, 생산성 제고를 위한 구조개혁, 대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확장적 재정지출이 한국 정부가 지닌 정책적 과제"라며 "단 재정정책은 정부 부채가 관리가능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 및 연금 기반 취약성 등으로 보수적인 운용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나 끌어내렸다. 경기 회복세는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의 성장 둔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에 따른 주요 선진국의 정치적 불확실성 등의 영향으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 더 낮아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번 모건스탠리의 분석은 최근 한은의 하반기 경제전망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한은은 지난 14일 통화정책방향 설명회를 열고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2.7%, 2.9%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당시 이주열 한은 총재는 "대외 경제여건이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악화되다 보니 경제 전망이 당초 예상에서 빗나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번에도 국내외 여건 변화를 고려해 국내 경제를 다시 짚어본 결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반면 내년 경제 상황은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연간 경제성장률 세부 항목 중 민간소비, 건설투자, 상품수출 등의 성장률은 상승하고 설비투자 성장률은 하락할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내년 경제성장률은 2.9%까지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와 한은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차이가 무려 0.6%포인트까지 벌어지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 초반대까지 추락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10월 경제 전망에서 다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며 "일단 추가경정예산(추경)의 재원이나 분야가 아직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았고 10조원의 규모도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반기 강도 높은 기업 구조조정의 부정적인 효과와 6월말 개소세 인하 종료 등 경기 하방 위험 요인도 있다"며 "브렉시트 이후 유럽과 일본 등 주요 중앙은행의 추가 통화정책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박성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개별 소비세 인하 효과 소멸, 김영란법 시행, 소비자심리지수 부진에 하반기 민간소비 둔화 우려가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2000년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5% 밑으로 떨어진 적은 두 차례 있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인 2009년 0.7%를 기록했고, 유로 위기가 발생했던 2012년 2.3%를 찍었다.

가장 최근인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경제성장률은 2.9%, 3.3%, 2.6%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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