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
북한 무인기가 청와대 상공과 군사 요충지인 서해 백령도를 휘젓고 다닐 동안 우리 군은 없었다.

과연 우리에게 '안보'란 무엇인가 되묻게 하는 이번 무인항공기 추락 사건.

만약 북한 무인기가 폭탄을 장착하고 침입했더라면 어떤 일이 발생했을지는 상상하기조차 겁이 난다. 북한의 무인정찰기는 크기가 작고 낮은 고도에서 저속으로 비교적 장시간 체공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군이 알고나 있었나 싶다.

그런데도 이번 무인기는 크기가 워낙 작아 레이더망에 잡히지 않았다는 구차한 변명을 내놓는 것은 국민 기망행위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북한의 무인항공기 기술수준을 운운하고 있고 방어체계를 도입하겠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이제 이번 사건으로 북한이 그동안 우리 안방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올 초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신설하는 등 안보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정을 이끌어 가면서도 초보 수준의 조잡한 무인기 하나 잡아내지 못한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만약 국무총리가 파주에 추락한 무인기를 면밀히 조사하라는 지시가 없었다면 이번 사건은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우리 방공망 수호에 의지가 없길래 무인기 추락 당시 동호회용 민간 무인기가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았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간첩 사건 증거 조작으로 뒤숭숭한데다 백령도 앞바다 포격 사태로 불안한 마당에 이번 사건까지 터져 나라의 안위가 정말 걱정스럽다.

현대전은 전후방이 따로 없으며 정규전 비정규전 구분도 없다. 북의 무인기로 우리 군사 이동 상황 등 기밀에 속하는 사항을 몽땅 빼앗기고 어떻게 전투에서 이기려는지 도대체 알 길이 없다. 말이 무인기지 무기만 장착하면 수도권 주요 시설을 박살낼 수 있는 타격기로도 활용할 수 있지 않는가.

북한은 소형 폭탄만 장착하면 250㎞ 떨어진 목표물에 자폭할 수 있는 무인타격기도 보유하고 있다. 생화학무기를 탑재해 공격할 경우 상상을 초월한 재난 상황이지 않은가

수도 서울의 방공망이 뚫린 것은 그냥 넘길 상황이 아니다. 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대공 감시를 육안에서 기계로 전환하면서 생겨난 구멍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번 무인기처럼 레이더망에 잘 걸리지 않는 특수 도료를 입힐 경우 전자기기로 탐지해내기는 어렵고 감시를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야간 침투 대책과 함께 방공망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속히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거울삼아 구체적인 대비책과 안보의 개념을 새롭게 정리해야 할 것이다.

전투에 진 군인은 용서받을 수 있지만 경계를 소홀히 한 병사는 용서받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이미 보이지 않는 전쟁은 시작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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