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중공업 발전플랜트
[이미영 기자]두산이 올해 8월1일로 창립 120주년을 맞이한다. 국내 주요그룹 가운데 최장수를 기록하고 있는 두산은 작은 상점에서 출발, 소비재 기업에서 다시 글로벌 중공업 그룹으로 도약하고 있다.

두산이 120년의 역사를 쌓으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비결은 시장의 흐름에 따라 변화를 마다하지 않는 개척정신이다.

그 가운에서도 그룹의 핵심 사업을 통째로 바꾸는 무모할 정도의 과감한 전략이 주목된다. 두산은 창립 당시 포목사업을 하는 상점에서 주류 등 소비재 중심으로 탈바꿈한뒤 최근에는 사업영역을 중공업 분야로 완전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과 시대 환경에 걸맞는 변신을 거듭해오고 있는 것이다.

◇국내 최초의 근대적 포목 상점으로 시작

두산의 전신인 '박승직상점'은 1896년 서울 종로 4가 배오개에서 국내 최초의 근대적 포목 상점으로 시작했다. 창업주는 매헌 박승직으로 '배오개 거상'으로 불렸다. 1925년엔 '주식회사 박승직 상점'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회계처리를 근대화해 대한민국 최초의 근대 기업으로 탄생했다.

본격적으로 '두산' 이름이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46년 '박승직상점'이 '두산상회'로 이름을 바꾸면서부터다. 매헌 박승직의 아들 박두병 초대회장이 두산의 여명기를 열어갔다.

1950년대 두산상회는 무역업의 시작과 OB맥주의 설립을 통해 그룹으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1960년대에는 건설, 식음료, 기계산업 및 언론, 문화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 진출했고 기업의 현대화, 전문 경영인 제도 도입, 경영의 다각화를 통해 두산그룹의 기틀을 다졌다.

1970년대에는 선진 외국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기술 고도화를 이루는 동시에 다양한 연관 사업체의 인수합병으로 기존 사업을 확충하는 등 내실을 강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1980년대 이후에는 맥주·건설·전자·유리·기계·무역 부문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폭넓게 개척했다.

획기적 변화가 시작된 것은 1990년대였다. 내수중심의 사업으로 국내시장을 선도하던 두산은 소비자 신뢰 추락 등의 여파가 겹치며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다. 당시 주력사업이던 OB맥주는 관계사인 두산전자가 1991년 낙동강에 오염물질 페놀을 방류한 사실이 드러나 불매운동에 직면한 이른바 '페놀사태' 등의 여파로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하락했고 부채비율이 600%를 상회하며 경영사정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창립 100주년을 한 해 앞둔 1995년, 두산은 위기의 그림자를 감지하고 자체적으로 강력한 재무구조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두산은 1995년 말 자체적으로 마련한 구조조정안을 통해 한국3M, 코닥, 네슬레 등의 식음료 사업 지분 매각을 시작으로 당시 두산그룹의 주력사업이었던 OB맥주까지 매각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대폭 개선된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두산은 새로운 성장 엔진 발굴에 나섰다.

◇인수합병을 통해 '중후장대' 사업으로 전환

새롭게 눈을 돌린 분야는 인프라 지원사업(ISB : Infrastructure Support Business)이었다. 도로·철도·항만·공항 등 기존의 사회 간접시설뿐만 아니라 에너지·국방·생산설비·물류와 운송설비까지 망라하는 ISB사업은 세계시장 규모가 연간 수천 조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었다.

사업의 첫 걸음으로 두산은 2001년 한국중공업(現 두산중공업) 인수부터 시작했다. 저수익 사업이던 제철, 화공 사업을 정리하고 발전, 담수 등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했다.

이후 고려산업개발(현 두산건설),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소비재 중심의 사업 구조를 중공업 중심의 중후장대 사업으로 혁신적으로 전환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과감히 바꾼 두산은 2000년 3조4000억원이던 매출이 2008년에는 23조원을 기록하는 등 급속도의 성장세를 보였다.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도 지난해 매출은 19조원을 기록했다.

해외 매출 비중도 1998년 12%에서 2015년 64%까지 높아졌다. 두산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데는 전세계를 무대로 한 기술지향형 M&A가 바탕이 됐다.

2005년에는 미국 AES(American Engineering Service Inc.)사의 미주 지역 수처리 사업 부문을 인수해 두산 하이드로 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2006년에는 보일러 설계, 엔지니어링 등의 원천 기술을 보유한 영국의 미쓰이 밥콕(現두산밥콕), 2009년에는 스팀터빈 원천기술을 보유한 체코 스코다파워(現 두산스코다파워)를 인수했다.

보일러·터빈·발전기 등 발전사업 3대 원천기술과 친환경 기술도 M&A를 통해 확보했다. 2011년에는 순환유동층보일러와 탈황설비 등 친환경 발전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독일 AE&E 렌체스(現 두산렌체스)를 인수함으로써 글로벌 영토를 넓혀갔다.

2011년 인도 석탄화력 발전소용 보일러 제조업체인 첸나이 웍스(Chennaiworks), 2012년 물 사업 부문 전처리 설비 설계 및 제작 기술을 보유한 영국 엔퓨어(Enpure)를 연이어 인수했다. 2014년에는 연료전지 사업에 진출, 건물용 연료전지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미국의 클리어엣지파워(ClearEdge Power)를 인수해 세계시장 공략에 나섰다.

◇플랜트 분야 글로벌 '강자'로

이처럼 핵심사업에서의 지속적인 기술력 확보를 바탕으로 두산은 글로벌 EPC(종합설계시공) 강자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수담수화 플랜트 시장에서 40% 점유율로 독보적인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올해에도 오만과 영국에서 대용량 하수처리 플랜트를 잇따라 수주하며 토탈 워터 솔루션 기업으로 발돋움해 나가는 중이다.

이같은 노력 끝에 두산은 건설 기계 부문에서 소형부터 중·대형에 이르기까지 전 제품군을 보유해 고객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스키드 스티어 로더와 어태치먼트 분야 세계 1위, 조선업 분야에서 핵심 부품인 저속 선박 엔진 세계 2위, 상업용 원자력발전소 증기발생기와 후판 압연기용 단강 보강롤 등은 정부에서 지정하는 세계 일류 상품에 선정됐다.

두산은 120년 역사를 통해 쌓은 역량을 바탕으로 이제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중공업 기업으로 올라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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