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각스님, '심우도' 주제 특별법회
[신소희 기자]현각(玄覺) 스님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조계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한국을 떠나겠다고 공표하는 글을 올려 파장이 일고 있다.

베스트셀러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저자인 미국인 현각(52·사진) 스님은 "외국 스님들은 오로지 조계종의 데코레이션(장식품)"이라며 "한국 불교의 좁은 정신으로부터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소속으로 25년째 한국에서 수행 중인 현각 스님은 유교식 권위주의, 행자 교육의 문제점, 불교의 물질주의와 기복신앙화 등을 지적하며 한국을 떠나는 이유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현재 그리스에 머무는 현각 스님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오는 8월 중순에 한국을 마지막으로 공식 방문한다"며 "(서울 강북구) 화계사로 가서 은사 스님(숭산 스님)의 부도탑에 참배하고 지방 행사에 참석한 뒤 한국을 떠날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물론 환속(출가자가 속세로 돌아가는 것)은 안 하지만 현대인들이 참다운 화두선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유럽이나 미국에서 활동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서울대가 영입한 외국인 교수들이 줄줄이 한국을 떠난다는 내용의 기사를 인용하며 "이 사람들의 마음을 100% 이해하고 동감한다"며 "나도 자연스럽게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주한 외국인 스님들은 오르지 조계종의 '데커레이션'(장식품)"이라며 "이게 내 25년간 경험"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숭산 스님께서 45년 전에 한국불교를 위해 새 문을 열었다. 나와 100여 명 외국인 출가자들이 그 포용하는 대문으로 들어왔다. 참 넓고 현대인들에게 딱 맞는 정신이었다"면서 "그런데 종단이 그 문을 자꾸 좁게 만들어 지난 2∼3년간 7∼9명 외국인 승려들이 환속했고, 나도 요새는 내 유럽 상좌(제자)들에게 조계종 출가 생활을 절대로 권하지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특히 "내가 어떻게 그 조선시대 정신에나 어울리는 교육으로 합리주의 바탕에서 자란 서양 사람들(특히 서양 여성)을 보낼 수 있을까?"라며 "대신 난 신심 있는 애(외국인 행자)들을 계룡산으로나 유명한 일본 선방으로 보낸다"고 신랄히 꼬집기도 했다.

현각 스님은 그러면서 화계사 외국인행자교육원 폐쇄에 대해 "숭산 스님이 세운 혁명적인 화계사 국제선원(외국인행자교육원)을 완전히 해체시켰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한국 선불교를 전 세계에 전파했던, 누구나 자기 본 성품을 볼 수 있는 열린 그 자리를 (종단이) 기복 종교로 만들었다"며 "왜냐하면 '기복 = $(돈)'"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지난 2011년 문을 연 화계사 외국인행자교육원은 지난 3월 문을 닫았다. 2011∼2013년 평균 15명씩 외국인 출가자를 받아오던 이 행자교육원은 2014년부터 외국인 행자 수가 3∼4명으로 급감했다.

조계종 관계자는 "외국인 행자들은 보통 은사 스님과의 인연으로 출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각자 은사 스님과 떨어져 공동체 생활을 하다 보니 문화적 차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이에 외국인행자교육원을 폐쇄하고 은사 스님이 책임을 지고 외국인 행자를 교육하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각 스님이 한국을 떠나기로 한 이유는 또 다른 페이스북 게시물에 더 상세히 나타나있다.

그는 지난달 22일 올린 글에서 "부처님은 주인과 하인 관계, 주종관계를 만들지 않았다"며 "그것은 확실한 유교사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불교 스님들은 예수님이나 부처님, 달라이 라마, 간디 그리고 틱낫한 스님과 같은 모델의 영향보다 유교 정신의 성향이 강하다"라며 "과한 조선 중세시대의 정신, 선사를 따르지 않음, 분리의식과 엘리트의식, 그리고 투어리즘 의식으로 만들어낸 가짜 마음공부·가짜 수행, 국가지원 프랑켄슈타인 템플 스테이"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현각 스님의 조계종 비판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3월 "한국 불교는 나 같은 외국인이 보기에 너무 배타적"이라며 "나는 한국 불교로 출가한 지 27년 됐지만 여전히 인종차별이 있던 시대에 흑인들이 당했던 것처럼 '버스 뒷자리로 가라'는 말을 듣는 느낌"이라고 했었다.

또 지난 2월에 올린 게시물에서는 "아~ 옛날이여! 제 스승 숭산 대선사님 건립하신 화계사 국제선원의 정신적 자유가 참 너무너무 그립다"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1960년대 이후 서구 지식인을 대상으로 포교 활동을 폈던 숭산(1927~2004) 스님은 외국인 제자들이 한국 불교에 정착하도록 보살핀 '큰 우산'이었다.

그는 이 글에서 "우리가 수행했을 때 외국에서 수련을 위해 한국에 온 외국인 제자 수행자들이 화계사 국제선원에 사부대중의 일원으로 언제나 마음껏 머무를 수 있었다"면서 "지금은 옛날 같이 머무를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계속 국제선원에 있기 위해서는 템플스테이 참가비를 지불해야만 국제선원에 머무를 수 있다고 한다"며 물질주의가 깃든 템플스테이를 비판했다.

현각 스님은 미국 예일대에서 철학과 문학을, 하버드대학원에서 비교종교학을 전공했으며 1990년 숭산(1927~2004) 스님의 설법을 듣고 1992년 출가했다. 현정사 주지, 화계사 국제선원 선원장 등을 지냈으며 불교 경전 영역과 법문을 통해 한국불교를 세계에 알리는 데 힘써왔다.

현각 스님은 숭산 스님 입적 후 한국을 떠나 독일 등 유럽에서 지냈으며 다른 외국인 제자들은 계룡산 무상사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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