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일보 기자]31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본격적인 본선 대결에 돌입했다.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클린턴 후보와 아웃사이더 돌풍을 이끄는 트럼프 후보는 11월 8일 선거일까지 3개월여 간 한 치의 양보 없는 진검 승부를 펼친다.

'첫 여성 vs 첫 억만장자 아웃사이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선후보 중 어느 쪽이 대통령이 돼도 미국사를 새롭게 쓰는 대장정의 시작이다.

◇백악관 입성까지 과정은

통상 미국에서는 대통령선거 100일여를 앞둔 시점에 양대 정당인 민주당과 공화당의 전당대회가 끝난다. 따라서 '대선 D-100'(100일전)은 대략적으로 본격적인 대선후보 간의 득표 경쟁이 시작되는 시점으로 간주된다.

3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회와 의회에 따르면 앞으로 남은 일정은 크게 대선후보들의 선거운동과 공식 토론회, 그리고 오는 11월 8일 실시되는 일반 유권자 투표다.

대선후보는 소속 정당과 함께 선거전략을 수립하는 한편으로, 미국 전역을 돌며 유권자들과 만나게 된다.

각 후보의 선거운동본부는 다양한 수단으로 후보 알리기에 나서게 되는데, 현재는 TV 광고와 더불어 선거운동원 또는 자원봉사자들을 동원한 가정방문 선거운동이 가장 중요한 방식으로 꼽히고 있다.

1960년대 이후 선거운동 전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한 TV토론 가운데 공식 TV토론은 대선후보 간 토론이 3번, 부통령후보 간 토론이 1번 이뤄진다.

대선후보 토론은 오는 9월 26일 뉴욕 주 헴스테드에서, 오는 10월 9일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에서, 그리고 오는 10월 19일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각각 열린다. 부통령후보 토론은 오는 10월 4일 버지니아 주 팜빌에서 열린다.

오는 11월의 선거는 엄밀히 말하면 각 주의 유권자들이 주별로 배정된 선거인단을 어느 후보에게 투표하게 할지 결정하는 절차다.

이런 형식적 특성 때문에 미국에서는 전체 득표수에서 앞섰으면서도 선거인단 수에서 모자라 대선에서 패배하는 후보가 생기고, 대표적인 경우가 2000년 대선에서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가 패배한 사례다. 고어 후보는 전체 득표수에서 공화당의 조지 부시 전 대통령보다 약 54만 표 앞섰지만, 선거인단 수에서는 266명에 그치며 271명이던 부시 전 대통령보다 뒤졌다.

선거인단 538명은 오는 12월 중으로 소속 주의 선거 결과에 따라 형식상의 대통령선출 투표를 하고, 내년 1월에는 의회가 이 투표의 결과를 발표한다.

그리고 내년 1월 20일 의회 의사당 앞에서 대선 승자가 취임 선서를 하면 그 직후부터 45대 미국 대통령으로서 주어진 일을 하기 시작한다.

 
◇지지율 여론조사서 힐러리 6%p 앞서

현재까지 여론조사 상으로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보다 6%포인트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30일(한국시간) 입소스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클린턴은 41%의 지지를 얻어 35%를 기록한 트럼프를 6%포인트 차로 앞섰다.

이번 결과는 양당의 전당 대회 직후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 여론조사는 민주당 전대가 열린 지난 26일부터 이틀 동안 진행됐다.

힐러리 후보는 여론조사기관 라스무센이 28일 발표한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는 43% 지지율로, 트럼프의 42%에 비해 오차범위(±3%포인트) 안에서 앞섰다.

반면 전대 마지막 날의 하이라이트인 대선후보 수락연설 시청률 경쟁에선 트럼프가 클린턴보다 앞섰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닐슨에 따르면 민주당 전대 마지막 날인 28일 CNN, 폭스뉴스, NBC, ABC, NBC 등 10개 방송네트워크로 클린턴의 후보 수락연설을 지켜본 시청자 수는 평균 2980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1일 트럼프의 수락연설 시청자 수(3220만명)보다 240만 명 적었다.

미국 공영방송인 PBS의 집계를 합산해도 힐러리의 수락연설 시청자 수는 3380만명으로 트럼프의 3490만명보다 110만 명 적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 '호화' 찬조 연사를 내세운 민주당은 전대 마지막 날 전까진 시청률 경쟁에서 공화당에 우위를 점했지만 마지막 날에 역전을 당했다.

한마디로 한치앞도 예견할 수 없는 ‘박빙‘로 보면 된다.

 
◇'러스트 벨트'서 진검 승부 시작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클린턴은 부통령 후보 팀 케인과 함께 펜실베이니아주 서부에서 오하이오주 동부를 가로지는 러스트 벨트(제조업 쇠락 지역)를 찾아 29일부터 사흘간의 버스 투어를 시작했다.

클린턴은 앞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선시 취임 100일 안에 일자리 창출을 위해 2차 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투자를 하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이같은 공약을 러스트 벨트 유세에서도 거듭 강조했다.

클린턴은 30일 펜실베이니아주 존스타운에서 와이어 공장 노동자들과 만나 트럼프와 달리 자신은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며 제조업, 인프라, 청정 에너지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러스트 벨트는 백인 저학력·저소득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대선의 향방을 좌우하는 스윙 스테이트(경합주)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확실한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이 지역 표심을 잡는 것이 긴요하다.

클린턴은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 출신의 노동자이던 조부를 언급하면서 자신 역시 노동자 뿌리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버려지고 뒤쳐저 있던 지역들을 위해 싸우겠다"고 호소했다.

트럼프 진영도 견제에 들어갔다.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사기꾼(클린턴을 지칭)이 펜실베이니아주 존스타운을 찾았다"며 "이곳 일자리는 멍청한 정치인들로 인해 완전히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캠프의 스티븐 밀러 정책고문은 "펜실베이니아주는 중국이 힐러리 지지를 받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뒤 제조업 일자리 3분의 1을 잃었다"며 "강도가 피해자를 다시 방문한 격"이라고 비난했다.

밀러 고문은 "존스타운에 대한 (클린턴의) 다음 공격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될 것"이라며 "힐러리에 표를 주는 건 미국 제조업 파괴에 표를 주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역시 내달 1일 러스트 벨트에 출격한다. 이 지역 백인 저학력 남성들은 그의 핵심 지지기반이다. 이들을 통해 트럼프가 히스패닉 등 소수인종 사이 높은 비호감 이미지를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두 후보가 같은 지역을 중심으로 본선 경쟁에 돌입했지만 유세 전략은 상이하다고 설명했다. 클린턴이 전통적 방식을 고수한다면 트럼프는 신개념 유세를 선호한다.

양측 모두 러스트 벨트를 비롯한 중서부 산업 지대와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 등 남부 3개주를 핵심 격전지로 보고 있다. 아이오와, 콜로라도, 네바다 등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클린턴이 유권자 정보 분석, 텔레비전 광고, 정치 연설, 이익집단 면담 등 전형적인 유세에 집중한다면, 트럼프는 공연을 방불케하는 대규모 유세,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한 소통에 공을 들인다.

클린턴은 또 트럼프의 공약은 지나치게 극단적이어서 미국의 가치를 저해한다는 우려를 유권자들에게 강조할 계획이다. 트럼프는 강점인 쉽고 간단한 화법으로 평범한 국민에게 어필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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