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량에 탑승한 신격호-신동주
[이미영 기자]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4)이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56)씨와 딸(33)에게 주식을 증여하는 과정에서 수천억원대 세금을 탈루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되면서 향후 처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검찰에 따르면 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최근 신 총괄회장과 서씨 사이의 주식 증여 과정을 자문한 A법무법인으로부터 거래 관련 자료를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신 총괄회장은 2005년 서씨와 딸에게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6%를 차명으로 불법 이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양도소득세와 증여세 등 6천억원대 세금을 내지 않고 주식이 넘어간 단서를 잡고 수사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일부는 장녀인 신영자(74·구속기소)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도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주식 증여 과정에서 롯데 측이 미국과 홍콩 등지에 개설한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신 총괄회장과 해외 페이퍼컴퍼니 사이의 주식매매 대금 거래는 사실상 허위 거래일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식은 시장 가치가 매우 크지만 턱없이 부족한 금액으로 매매됐다는 기록이 검찰에 확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사실상 자금 이동이 없는 주식 이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주식 매매에 관여한 롯데 측 관계자와 A법무법인 변호사 등을 불러 조사했다.

거액의 탈세 정황이 드러난 만큼 신 총괄회장과 서씨 등에 대한 소환 조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은 주식 이전 과정에 대한 수사를 마치는대로 신 총괄회장과 서씨 등의 소환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포탈세액이 연간 10억원을 넘어가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으로 가중 처벌하고, 포탈세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 벌금까지 함께 물어야 한다. 증여세는 재산을 물려받은 자가 신고·납부하는 것이 원칙이다.

검찰이 포착한 탈루 규모가 사실로 드러나면 롯데그룹 총수 일가 여성들이 최대 무기징역과 함께 3조원대 벌금까지 물어야 할 처지여서 사실상 꼼수로 넘겨받은 재산을 모조리 국고에 토해내야 하는 셈이다.

◇'신격호의 여인' 서미경...'미스 롯데' 출신 70년대 톱스타

한편 신격호 총괄회장(94)이 총수일가 여성들에게 편법으로 재산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수천억원대 세금을 탈루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되면서 서미경 씨에 대한 처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씨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세 번째 아내이다.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는 1977년 제1회 미스롯데 출신이다. 10세이던 1969년 영화 ‘피도 눈물로 없다’에 출연해 본격적인 배우의 길에 접어들었다. 1973년 '방년 18세', 1974년 '청춘 불시착', 1975년 '졸업시험' 등에 잇달아 출연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1977년 제1회 미스롯데에 뽑혔고, ‘껌이라면 역시 롯데껌’의 광고 카피를 히트시킨 주인공이 됐고, 당대 최고 스타로 바쁜 스케줄을 소화했다. 1979년 ‘선데이서울’과의 인터뷰에서 “마음껏 잠 좀 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씨는 1981년 돌연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공식적인 이유는 “유학을 떠나 공부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서씨는 이후 세간의 이목에서 사라졌고, 1983년 신 총괄회장 사이에서 딸 신유미씨를 낳았다. 신유미씨는 1988년 호적에 올라 롯데가에 합류했고, 신 총괄회장은 환갑 넘어 얻은 막내딸을 유독 귀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서씨 모녀가 부동산과 주식 등 1000억원이 넘는 자산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씨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소재 4층짜리 빌라 롯데캐슬 벨베데레, 강남구 삼성동 지하 5층·지상 15층 규모의 유기타워,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지하5층·지상 6층 규모 유니플렉스 공연장,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마을에 있는 5층짜리 빌딩 등 알짜 부동산을 여러 개 소유하고 있다.

서씨는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 지분만 0.1%를 갖고 있어 신 총괄회장 장녀인 신영자 이사장보다 많다. 현재 롯데호텔 고문인 신유미씨는 롯데쇼핑 지분 0.9%, 코리아세븐 지분 1.4%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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