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요사이 서민들은 35도에 이르는 폭염에 지치고 정부의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에 분통이 터지고 있다.

“서울 마포동 32평형 아파트에 사는 주부 이모(42) 씨는 이번 여름에 18평형 에어컨을 하루 평균 3시간 이상 틀었다. 전기요금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불볕 더위에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시원함도 잠시. 전기요금이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았을때보다 3배 이상 많이 나온 것을 확인한 후 에어컨 가동을 중단했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최정옥 씨(61) 집의 에어컨은 거의 가구나 다름없다. 수원의 낮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올랐던 5일 오후 2시경 1시간 남짓 사용됐을 뿐이다. 최 씨는 “지난해 여름 하루 서너 시간 에어컨을 켰더니 평소 한 달 3만 원 안팎이던 전기요금이 15만 원 넘게 나왔다”며 “전기요금이 무서워 웬만하면 부채와 선풍기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는 누진제가 적용되는 전기요금 때문이다.

 
7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요금은 2007년부터 현재까지 6단계의 누진요금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최저구간과 최고구간의 누진율은 11.7배이다.

이로 인해 월평균 전력소비가 100kWh 이하면 원가의 절반도 안 되는 요금을 내지만, 구간이 높아질수록 가격 또한 몇 배씩 뛰어오른다.

예를 들어 한 달에 2만5000원가량 전기요금(전력 사용량 200kWh 초반)을 내는 가정이 하루 8시간 에어컨을 쓰면 전력 소비량은 약 3배(600kWh 중반) 정도 늘어나지만, 요금은 무려 10배(25만 원 이상)로 뛴다.

반면 산업계에 적용되는 산업용 전기료 kWh당 81원에는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낮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2013년 한국의 산업용 전기료를 100이라면 자원이 풍부한 미국(74)과 노르웨이(75) 정도가 더 낮고, 일본은 199로 약 2배, 독일 184, 이탈리아 350으로 3.5배나 된다. OECD 평균은 134다.

이러한 가운데 정치권에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손볼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야권은 앞다퉈 가정용 전기에만 부과하는 누진제를 완화하고,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정부는 누진제 취지가 서민들의 전기료 부담을 줄이고 고소득층의 전기사용을 억제하자는 것인데 섣불리 개편하면 부자 감세 효과만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결국 시민들이 공동 행동에 나섰다. 포털사이트 다음 토론방인 '아고라'에서는 지난달 29일부터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 청원이 시작됐다. 청원인은 "가정용에만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청원 사유를 밝혔다. 그러나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는 쉽게 결론나기 어려워 보인다

이래저래 서민들에게 에어컨은 쳐다만 보는 ‘애물단지’일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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