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촌좀비만화, 영화
[신소희 기자]2016 리우 올림픽이 개막하며 폭염에 열대야까지 겹친 탓에 과도한 올림픽 시청 열기에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이른바 ‘리우올림픽 좀비’의 등장.

인천이 직장인 박모(33)씨는 지난 6일 개막한 리우 올림픽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스포츠 마니아인 그는 5일 저녁부터 진행된 양궁을 시작으로 접전이 예상되거나 메달 획득이 유력한 경기, 유명 스포츠 스타가 출전한 경기 등을 꼬박꼬박 챙겨보고 있다.

그의 응원에 부응하듯 유도와 양궁 등의 종목에서 잇따라 메달 소식이 들려왔다. 그는 주말 내내 리모콘 채널을 돌리며 선수들의 선전을 지켜봤다.

문제는 출근을 해야 하는 8일 오전 찾아왔다. 8일 오전 0시 30분부터 진행된 안바울의 유도 66㎏급 8강 경기부터 박태환의 자유형 200m 예선, 오전 4시에 진행된 대한민국과 독일의 축구 경기까지 챙겨 본 그는 이날 1시간 정도만 눈을 붙이고 출근했다. 큰 피로감을 느낀 그는 오전 내내 졸다가 그만 직장상사로부터 질책을 받고야 말았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대기업에 다니는 김정헌(33)씨도 이른바 '올림픽 좀비'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막 이래 나흘째 한국대표팀 경기를 빠짐없이 챙겨본 탓에 그는 출근 후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리우는 우리나라와 시차가 12시간에 달해 대부분의 경기가 한국 시각으로는 늦은 밤 혹은 꼭두새벽에 생중계된다.

김씨는 "지난 며칠간 밤낮이 뒤바뀐 채로 지내다보니 도무지 업무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어제(9일)는 상사가 말하는데 멍하니 있다가 잔소리까지 들었다"고 멋쩍어했다.

홍보대행사에 재직 중인 박모(28)씨는 이번 주 들어 오후 2~3시만 되면 꾸벅꾸벅 졸기 일쑤다. 안약도 넣어보고 껌도 씹어보지만 별 소용이 없다. 오늘의 한국팀 주요 경기 일정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다가 고객사 미팅에 늦을 뻔 했던 기억은 지금 생각해봐도 아찔하다.

박씨는 "서너시간 눈 붙이고 출근하는데 점심 먹은 후가 가장 견디기 힘들다. 졸려서 사무실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는 동료들이 꽤 많다"고 전했다.

이들처럼 4년에 한 번 찾아오는 올림픽에 빠져 '올빼미족'을 자처하는 직장인들이 수두룩하다.

취업포털 커리어와 뉴시스가 지난 8~9일 직장인 1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7명(69.6%·117명)이 올림픽 경기 생중계를 시청한다고 답했다.

올림픽 경기 시청 다음날 후유증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한 직장인도 60%(99명)나 됐다.

올림픽 시청 후유증(복수응답)으로는 '피로감을 느낀다'(47.4%·111명)가 가장 많았다. '업무성과가 감소한다'와 '회사에 지각하거나 결근한다'는 답변도 각 9.0%(21명)이었다.

다수의 직장인이 올림픽 경기 시청 다음달 모임에서 대화 소재가 늘어 인간관계가 좋아진다거나 업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 느끼고 있었지만, 밤샘 응원에 따른 후유증은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었다.

업무 중간에 쪽잠을 잔다고 밝힌 직장인이 10명 중 4명(39.6%·63명)이었고, 비타민 등 영양제 섭취에 의존한다는 비율도 22.6%(36명)에 달했다.

비단 직장인들 만의 얘기가 아니다. 올림픽 여파 때문에 대학 강의실과 도서관 곳곳에서 꾸벅꾸벅 조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취업준비생 정아영(25·여·건국대 졸업)씨는 "평소처럼 도서관에 나오긴 했는데 공부가 제대로 안 된다. 올림픽 시작 후 빈자리가 많아진 느낌"이라고 전했다.

고3 수험생들이 생활리듬을 망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고3 학부형 최모(48)씨는 "수능이 100일도 채 안 남았는데 걱정이다. 아들이 얼마전 축구 전반전 경기만 본다더니 결국 끝까지 다 보고 잤다. 1~2시간 경기를 즐기는 건 스트레스도 풀고 괜찮지만 과도하면 생활리듬이 깨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주요 사회 이슈들이 올림픽에 묻히는 걸 경계하는 목소리들도 있다.

한 누리꾼은 포털사이트에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과 같이 어두운 소식에 지친 국민에게 리우발(發) 낭보는 위안이 된다"면서도 "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동시에 중요한 뉴스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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