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전기요금 폭탄'이 현실화되고 있다. 무더위가 이어진 7월에서 8월초 사용한 전기료 고지서가 집으로 날아들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주부 이 모 씨는 하루에도 여러 번 전기 계량기를 확인한다. 이달 전기요금이 아직 청구되지 않았지만 포털에서 제공하는 전기요금 계산기로 계산한 결과, 요금이 14만원을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이달 사용량은 510kWh로 전달 사용량(350kWh)보다 45% 가량 늘어났지만 요금은 전달(6만2500원)보다 131.6% 증가했다.

대전시에 사는 김 모 씨는 에어컨 사용을 최대한 자제 했지만 요금이 7만3000원이 청구됐다. 에어컨 대신 선풍기와 제습기를 사용했지만 전달(4만5500원)에 비해 요금이 60%가량 늘어났다.

7, 8월분 전기요금 고지서가 청구되면서 요금 폭탄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어린 자녀를 키운 부부들이 주로 가입한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요금 폭탄을 맞았다는 게시글이 늘고 있다.

요금 고지서를 아직 받지 못한 가구의 경우에는 한국전력이나 포털에서 제공하는 전기요금 계산기를 통해 요금이 얼마나 늘어날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사례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록적인 폭염이 본격화 된 8월 초 전기 사용분이 요금에 포함되면서 요금 폭탄 사례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와 여당은 11일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동안 누진제 구간의 폭을 50㎾h씩 넓혀주는 방식으로 누진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단계별로 추가로 50㎾h까지 한 단계 낮은 요금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최저 요금과 최고 요금의 차이가 11.7배에 달하는 누진배율은 그대로여서 실질적인 요금 혜택은 미비하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더구나 누진제를 완화하는 기간도 전기를 사용하는 날짜 기준이 아닌, 검침일 기준이어서 일부 가구는 전기소비량이 적은 달에 누진제 완화 혜택을 받게 된다.

이에 대해 한전은 누진제로 인해 요금이 늘어날 수 있지만 12만원을 내다가 33만원이 나오는 경우 등은 극단적인 사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33만원의 요금을 내는 가구는 월 전력사용량이 733kWh"이라며 "월 733kWh를 넘게 사용하는 가구는 에어컨을 많이 사용하는 지난해 8월 기준으로도 우리나라에 9만여가구로 전체 2200만 가구 중 0.4%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요금이 46만원가량 나오는 경우는 월 900kWh를 넘게 사용하는 가구로 지난해 8월 기준 3만6000가구"라며 "이는 전체 가구의 0.16% 수준"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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