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급식시설 점검 나선 이영 차관
[신소희 기자]중2 아들을 둔 김모(44·서울 대치동)씨는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급식 먹었느냐”부터 물어본다. 올초부터 아이는 학교급식이 ‘맛이 없다’며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점심을 거르고 집에 오기 시작했다. 김씨는 “먹성 좋은 아이가 ‘도저히 못 먹겠다’고 할 때마다 급식 예산이 어디로 새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발생한 충암고 급식비리 사건 이후로 학교급식의 질 저하를 걱정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사건은 마무리 됐지만 학부모들의 마음속에 피어난 의심까지 걷어내지는 못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합동점검단은 식재료 위생·품질관리 부실, 유통질서 문란, 학교·업체 간 유착 의혹 등 모두 677건의 학교급식 비리를 적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점검단은 전국의 학교급식 생산·유통업체 중 2,415곳을 점검한 결과 13개 시·도 129개 업체에서 202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생산·유통단계 위반사항 세부 유형을 보면 식재료 품질관리 분야에서 118건의 위반사례가 적발됐다. 일반 농산물과 축산물을 친환경, 무항생제 제품으로 둔갑시켰다. 냉동육을 냉장육으로 속이고, 유통기한을 어긴 사례도 적발됐다.

식재료 위생관리 분야에서도 68건의 위반사례가 적발됐다. 식재료 1차 손질 과정에서 위생관리 규정이 미흡했을 뿐만 아니라, 식재료 운반차량과 보관시설에 대한 허위 소독증명을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식재료 공급업체 종사자에 대한 결핵, 장티푸스, 피부질환 등의 감염여부 확인도 소홀했다.

유령업체를 설립해 입찰담합을 하거나, 담합업체 간 담당지역을 분할해 대리납품하는 등 식재료 유통질서 문란 사례도 16건 적발됐다.

소비단계에서의 급식비리는 더 많았다. 점검단이 전국 1만2,000여개 학교 중 계약자료 분석 등을 통해 법령위반이 의심되는 초·중·고교 274개를 선정해 점검한 결과 모두 471건의 비리사례가 적발됐다.

유형별로 보면 학교급식 계약 부적정 사례가 220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예산 집행 부적정 132건, 식재료 검수 및 위생관리 부실 119건 순이었다.

점검단은 수의계약, 지명경쟁계약 발주 등으로 업체 간 담합 기회를 제공해 구매비용 상승을 초래했으며, 식재료에 대한 육안 검수로는 품질·위생상태 확인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점검에서 학교와 업체 간 유착 비리도 적발됐다. 이번에 적발된 4개 기업은 자사 제품 구매량에 따라 3,000여개 학교 영양(교)사 등에게 16억원 상당의 상품권과 영화관람권 등을 제공한 정황이 포착됐다. 정부는 이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이밖에 수질검사 부적합 판정 지하수 사용, 식품 첨가물 성분 허위표시, 무표시 원료 사용, 허위 시험성적서 작성 사례 등도 적발됐다.

정부는 이러한 급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급식 전용 사이트'를 만들어 학교별 급식 만족도, 위생 점검 결과, 급식 전반 운영실태 등을 공개할 방침이다. 더불어 '입찰비리 관제 시스템'을 구축해 입찰담합 등을 감시하고, 비리의심 정보를 유관기관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올해 9월부터 '전국 학부모 급식 모니터단'을 운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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