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습기 살균제 가해 기업 수사하라"
[심일보 대기자]가습기 살균제가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숨긴 애경과 이마트, SK케미칼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현 단계에서 이들 기업이 제조·판매한 가습기 살균제의 인체 위해성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즉,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을 주성분으로 한 가습기살균제의 인체 위해성 조사가 진행 중인만큼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공정위는 “SK케미칼·애경·이마트 등이 가습기살균제에 CMIT/MIT 등 주성분명을 표시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 심의절차 종료를 의결했다”고 24일 밝혔다.

공정위는 대신 앞으로 환경부의 추가조사결과 인체위해성이 확인되면 제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제품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환경부에서도 C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 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로 인한 폐 손상 유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자칫 오해를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다.

마치 애경이나 이마트, SK케미컬에게 혐의 없다고 판정한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사안을 놓고 공정위와 환경부 간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사건의 실무조사를 담당한 공정위 사무처가 당초 애경과 이마트, SK케미칼에 적용한 잣대는 표시광고법 위반이었다. 표시광고법에는 소비자의 생명·신체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 중요한 사실을 은폐·누락할 것을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 사무처는 CMIT, MIT가 유독물로 지정됐다는 점, 정부가 피해자를 선정해 지원금을 지급했다는 사실 등을 근거로 이들 업체가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환경부가 CMIT·MIT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연구에 착수한 점도 공정위가 사건 조사를 진행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사무처에서 해당 심사보고서를 넘겨 받은 공정위 전원회의 결정은 달랐다. 가습기 살균제의 인체 위해성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 환경부의 추가 조사도 아직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를 근거로 표시광고법 위반에 대한 최종 판단을 미룬 것이다.

공정위 업무는 사무처가 해당 사건에 대해 조사를 거쳐 심사보고서를 작성해 올리면 사안의 경중에 따라 전원회의 또는 소회의에서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

이번 사건의 주심 위원인 김성하 공정위 상임위원은 "정부가 피해자에게 지원금을 지급한 것은 위해성 여부를 인정하는 것과 다르다"며 "지원금 지급은 선 지원 후 보상 방침에 따라 지원한 것"이라고 했다.

독성물질인 CMIT, MIT에 대해서도 공정위 사무처와 전원회의는 견해차를 보였다. 전원회의에서는 이들 원료가 제품에 쓰였지만 실제 판매 단계에서는 0.015%로 희석됨에 따라 인체 위해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김 위원은 "화학제품에 포함된 화학물질은 대부분 원액상태에서 일정 수준의 독성을 함유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환경부가 CMIT, MIT가 폐와 폐 이외 장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공정위의 이번 결정이 적절했느냐는 논란이 남을 것으로 보인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접수한 전체 가습기 피해자 1528명 중 CMIT, MIT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는 167명이며, 이 중 사망자는 37명에 달한다.

이에 공정위 전원회의도 애경 등의 행위에 대해 최종적인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환경부의 조사 결과 등을 통해 인체 위해성에 대한 추가적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제재를 할 수 있다는 애기다.

김 위원은 "공소시효가 이달로 만료됨에 따라 검찰 고발은 불가능하지만 인체 위해성에 대한 추가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시정명령과 과징금은 부과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공정위는 2012년 인체에 해를 끼치는 것으로 확인된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와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를 사용한 옥시와 홈플러스 등에 5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