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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영화를 말하다
김승혜 기자  |  sh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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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8.24  09: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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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악의 하루, 영화
[김승혜 기자]8월4주차 개봉 영화 4편과 주요 영화를 간략하게 자평했다.

◇내일은 괜찮겠죠…'최악의 하루'(감독 김종관)(★★★★)

삶을 향한 재기발랄하면서도 쓸쓸한 찬가다. 주인공을 따라 서촌의 아름다운 풍경과 남산의 정취에 취해, 킥킥대면서 하루를 보내고, 밤이 오면 당신도 그들과 함께 생각에 잠길 것이다. 영화는 괜찮다고, 자신을 비하하는 일은 그쯤에서 그만둬도 된다고 말한다. 지나간 일은 모두 좋은 추억이 될 거라며 어설픈 조언과 위로를 건네는 영화가 아니다. '최악의 하루'는 나도 오늘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며, 우리 오늘 정말 안 풀리는 날이었다고, 서로에게 털어놓는 그런 영화다. 그래서 그 '해피엔딩'이라는 말이 유치하지 않게 들린다.

◇떠먹여주는 진실은 없어…'트루스'(감독 제임스 밴더빌트)(★★★☆)

언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언론과 언론인에 관해 말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어느 언론인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제목 그대로 '진실'(truth)을 논한다. 어떤 것이 진실이냐 아니냐를 따지자는 게 아니다. 중요한 건 태도다. 진실은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렇다. '당신은 정말로 진실을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용기를 내야 한다." 영화 초반부와 후반부에 각각 한 번씩 "용기 내세요!"(courage!)라는 말이 등장하는 건 그런 이유다.

◇웃기긴 한데…'올레'(감독 채두병)(★☆)

어차피 큰 야망이 없는 작품이다. '올레'는 적당히 웃기다가 한 줄 메시지를 던져준다. 대학교 동창 세 명이 40대가 돼 우연찮게 제주도를 여행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당연히 이들은 말끝마다 욕을 하고, 여자를 만나고 싶어하며, 이들은 욕망은 번번히 좌절된다. 당연히 예상하지 못한 로맨스도 있다. 많이 봐왔던 그런 코미디 영화다.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고 본다면, 몇 차례 크게 웃을 수 있다.

◇폴 페이그의 물오른 코미디…'고스트 버스터즈'(폴 페이그)(★★☆)

유령 잡는 네 여자의 이야기다. 원조 '고스트 버스터즈'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옛 추억을 떠올리며 볼 수 있고, 이 영화를 처음 보는 관객도 폴 페이그 감독과 멜리사 매커시의 코미디 호흡을 즐기며 볼 수 있다. 폴 페이그의 코미디는 물이 오를 대로 올랐다. 장면마다 빵빵 터진다. 하지만 그가 전작 '스파이'때부터 시도하고 있는 성역할 반전은 기계적으로 보여 이 작품에서만큼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차라리 좀비가 되겠어…'서울역'(★★★☆)

'서울역'은 '부산행'이 탄생한 이유를 설명해준다. "'부산행'이 당위의 영화라면, '서울역'은 풍경의 영화"라는 연상호 감독의 말처럼 '부산행'이 보여준 작은 희망은 '서울역'이 묘사하는 최악의 절망과 맞닿아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현실이 좀비 바이러스가 퍼져 지옥이 된 세계보다 낫지 않다니, 좀비를 피해 아무리 도망쳐 봤자다. 서사(story)보다는 인상(image)으로 영화를 완성한 연상호 감독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하다.

◇그래도 매끈한 블록버스터…'스타트렉 비욘드'(★★★☆)

'스타트렉 비욘드'는 '스타트렉 더 비기닝'(2009) '스타트렉 다크니스'(2013)에서 이어지는 '스타트렉' 리부트 시리즈 세 번째 편이다. '스타트렉 비욘드'는 전작들과 비교해 북미 현지에서 가장 적은 수입을 올렸다. 이유는 저스틴 린 감독이 스타트렉의 전통을 깨부쉈다는 것. 이 시리즈의 상징인 엔터프라이즈호를 박살 내다니 말이다. 이 시리즈의 오래된 팬들은분노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건 그들의 이야기다. '스타트렉 비욘드'는 여름철과 잘 어울리는 SF 블록버스터다. 볼거리가 매 순간 이어지고, 유머 또한 훌륭하다. 린 감독은 인류애까지 이야기하지만, 그냥 오락영화로 즐기면 그만이다.

◇이런 재난영화를 기다렸다…'터널'(감독 김성훈)(★★★★)

단순히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는 이유로 좋은 영화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터널'은 그 자체로 완성도가 높은 재난영화다. 이 영화는 십여 년간 한국 재난영화가 벗어나지 못했던 콤플렉스를 벗어던지고 한 단계 도약한다. 시종일관 유머러스하지만 날카로운 풍자와 해학을 잊지 않으며 동시에 따뜻하고 사려 깊다. 하정우를 비롯한 주연 배우들의 호연도 영화에 깊이를 더한다. 김성훈 감독은 '끝까지 간다'보다 더 뛰어난 작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허진호에 대한 아쉬움…'덕혜옹주'(감독 허진호)(★★★☆)

'덕혜옹주'는 말끔하게 만들어졌다. 군더더기도 과장도 없는 연출이 안정감을 주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신뢰감을 준다. 그래서 관객은 극 초반부터 덕혜의 감정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눈물 흘리고 만다. 하지만 이건 허진호의 영화가 아닌가. '나의 조국'이라는 감정을 넘어선 뭔가를 이 영화에 원했던 건 허진호라면 그것을 해낼 수 있을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덕혜의 '나라 사랑'은 절절하지만 곱씹게 되지 않는다. 이건 이 영화에 대한 아쉬움이라기보다는 허진호에 대한 아쉬움이다.

◇욕망과 충동과 본능, 그게 인간…'비거 스플래쉬'(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천박하고 상스러운 게 인간이다. 그래서 사랑하고, 그래도 사랑한다. 그게 인간이다. 화려한 연출 속에 진득하게 인간을 파고드는 루카 구아디나노 감독의 화법은 여전하다. 하지만 전작인 '아이 엠 러브'만큼 인간과 세계에 대한 적중률 높은 탐구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말이 많아진 고레에다…'태풍이 지나가고'(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태풍이 지나가고'는 고레에다 감독이 내놓았던 몇몇 걸작에는 미치지 못하는 작품이다. 오히려 다소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가족영화를 만들지만, 철저하게 현실적이어서 때로는 섬뜩하게 느껴졌던 고레에다 감독도 나이를 먹는 건지 자꾸만 따뜻해지고 포근해진다. 그리고 메시지를 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편하게 웃으면서 즐길 수 있고, 나와 내 가족을 돌아볼 수 기회도 준다. 고레에다 감독 영화 중 가장 웃긴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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