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출석 앞둔 롯데 이인원 부회장 자살
[이미영 기자]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의 ‘오른팔’이자 그룹 2인자로 불리는 이인원(69) 롯데그룹 부회장이 26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7시11분께 경기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한 호텔 뒤 야산 산책로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그는 이날 오전 9시30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이 부회장은 산책로에 심어져 있는 가로수에 넥타이와 스카프를 연결해 목을 맸으나 넥타이가 끊어지면서 바닥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며, 산책로를 지나던 마을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사체에서 롯데그룹 부회장의 명함과 신분증을 확인하고, 정확한 신원 파악을 위해 지문을 채취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30~40m 떨어진 이 부회장의 차량에서 4장 분량의 유서도 발견해 내용을 조사 중이다.

경찰은 이 부회장의 최근 행적 등을 수사해 사망 경위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황각규(61)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소진세(66)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총괄사장)과 함께 신 회장의 최측근 3인방으로 꼽힌다. 이들 중 황 사장은 전날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 부회장은 43년을 롯데에 몸담은 국내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다. 지난 1973년 롯데호텔에 입사해 1987년 롯데쇼핑으로 자리를 옮긴 후 백화점 상품매입본부 전무와 영업본부장을 역임했다.

2007년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에 오르며 신 회장의 신임을 얻기 시작했고, 지난해 신격호 총괄회장이 지시한 이른바 '살생부' 명단에 이름이 오른 것으로 알려져 확실히 신 회장측 인물로 각인됐다.

▲ 이인원 롯데 부회장 시신 발견된 산책로 인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이 부회장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 집중 추궁한다는 방침이었다. 각 계열사가 조성한 비자금이 그룹 정책본부로 흘러들어 갔는지 여부도 확인한다는 계획이었다.

검찰은 그간 롯데그룹이 계열사 간 자산 거래 과정에서 부외 자금을 조성했고, 이 과정에 정책본부가 깊숙하게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관계자들을 연일 소환 조사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 15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바 있는 소 사장도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할 예정이었으며, 이 부회장을 포함한 3인방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신 회장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었다.

검찰은 신 회장 등 오너 일가들에 대한 소환 조사까지 마무리 한 뒤 관련자들을 9월 중 일괄 기소한다는 계획이었으나, 핵심 피의자인 이 부회장이 돌연 목숨을 끊음으로써 수사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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