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남상태(66·구속 기소)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 창구’로 지목된 홍보대행사 뉴스커뮤니케이션즈(뉴스컴) 박수환(58·여) 대표가 26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지난 24일 박 대표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씨는 평소 친분이 두터운 민유성(62) 전 산업은행장 등에게 남 전 사장의 연임을 청탁해주는 대가로 대우조선으로부터 3년간 26억원 상당의 특혜성 일감을 제공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씨가 ‘리스크 관리’ 명목으로 K그룹으로부터 10억원 이상을 받아간 정황도 포착했다. 2008~2011년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있던 K그룹은 산업은행(채권단 대주주)으로부터 ‘경영 정상화’ 압박을 받았다.

박 대표는 K그룹 측에 접근해 민 전 행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청탁을 해주겠다며 30억짜리 홍보 계약을 따낸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계약금 중 약 10억원을 지출한 K그룹은 민 전 행장에 대한 박 대표의 로비가 무산되자 나머지 금액 지급을 중단했다고 한다.

박씨는 민 전 행장을 비롯해 이명박정부 정·관계 인사들과의 친분을 동원해 일감을 따낸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박 전 대표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관계 인사들로는 민 전 행장 외에도 검찰 간부 출신 K씨, 유력 언론사 간부 S씨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박씨의 업무를 돕고 대가를 챙겼는지 여부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2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2011년 8월 무렵 전 사장의 연임 로비 창구로 의심받는 홍보대행사 뉴스커뮤니케이션스(뉴스컴) 박수환 대표와 어떤 유력 언론사 언론인이 대우조선의 호화 전세기에 같이 탔던 것이 확인됐다"고 폭로했다.

김 의원은 "최근 박수환 씨와 유력 언론인과의 유착설이 시중에 파다했다"며 "그 중 하나가 사실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비행기는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스타들이 사용하는 수준의 비행기다. 이 비행기를 타고 유럽 곳곳을 다닌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수환은 누구?

 
박수환은 MB라인 등 친분 과시한 홍보 대행계의 ‘마당발’로 통한다.

1997년 홍보 대행사 뉴스커뮤니케이션스를 세운 박 대표는 외국계 기업 및 국내 대기업 홍보 대행을 비롯해 재벌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나 금융·산업 분야 대형 ‘송사 컨설팅’에 나서며 두각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민유성(62) 전 산업은행장을 비롯한 이명박 정부 정관계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도 알려졌다.

박씨는 여자상업고등학교를 나온 고졸 출신이지만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외국계 금융회사의 계약을 많이 땄다.

외환은행과 분쟁을 벌였던 론스타, 삼성물산과 분쟁 관계였던 엘리엇의 홍보 대행을 맡았다. 검찰은 민 전 행장이 리먼브러더스 서울지점 대표였던 2005년부터 박 대표와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파악했다.

박씨는 2009년부터 재계로 영역을 확대했다. 효성그룹 일가의 해외부동산 불법매입 의혹에 대처하는 홍보를 맡았다. 박씨는 당시 효성그룹에 ‘법조 대응 전문’이라고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대우조선의 홍보를 맡은 것도 2009년이다. 검찰은 박 대표가 민 전 행장과의 친분을 앞세워 대우조선에서 특혜성 홍보계약을 따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특혜성 계약의 대가가 민 전 행장에 대한 로비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박씨가 통상적인 홍보대행비의 수배를 받은 것은 특혜성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에는 극심한 노사 분규를 겪었던 한국SC은행과도 홍보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효성가(家) '형제의 난'에서 조석래 회장에게 반기를 든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의 홍보도 맡았다. 조 전 부사장의 변호인단은 당시 변호사였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김준규 전 검찰총장, 법무법인 양헌의 김수창 대표변호사 등 거물급 변호사들로 구성됐다. 변호인단은 일체 언론에 대응하지 않았고 박 대표가 대변인 역할을 했다.

박씨는 2015년 3월 조 전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동륭실업 기타비상무이사로도 활동했다. 박씨의 역할이 단순히 홍보대행 업무만이 아니라 경영자문이나 소송 기획 등에도 깊숙이 관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올해 3월초 조 전 부사장이 동륭실업 대표이사에서 사임하면서 박 대표도 기타 비상무이사를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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