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경북 경주에서 관측 사상 역대 최대 규모(5.8)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지난 여름 부산의 가스냄새·개미떼 이동 등이 이번 지진의 전조현상이 아니였냐는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지질환경 전문가는 “전조현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의혹을 일축했지만 실제로 지진이 발생하면서 전조현상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월 21일 부산 지역에서 "가스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빗발쳤다. 일부 시민은 구토 증세도 보였다. 이날 접수된 신고는 256건에 달했다. 강서구ㆍ사하구ㆍ동구ㆍ남구ㆍ해운대구 등 해안가지역에 넓게 분포했다. '지진의 전조현상', '미군기지의 비밀 화학실험' 등 괴담이 난무했다.

정부는 6일 뒤 조사단을 꾸려 악취의 원인 규명에 나섰다. 국민안전처 등 8개 기관과 민간 전문가 등 30명이 참여했다. 8일 간 조사를 벌인 끝에 8월 4일에 "원인은 부취제"라고 발표했다. 연료가스에 주입되는 부취제나 부취제가 포함된 화학물질이 이동 중에 누출됐다는 것이다.

울산의 악취는 화학공단에서 발생한 이산화황, 황화수소, 휘발성유기화합물이 혼합된 악취가 기상 상황에 따라 확산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실제 신고 당일 오염도 측정시 이산화황 등 관련 화학물질 농도가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작 정확한 누출 경로는 밝히지 못했다. 주요 폐기물 관리 업체를 탐문하고 악취 확산지역의주요 도로에 설치된 폐쇄회로(CC) TV를 확인했지만 의심 차량이나 업체를 찾지 못했다. 가스 냄새가 지진과 관련 없다는 것만 강조한 조사 결과였다.

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도 시민들은 좀처럼 정부 발표를 믿지 못했다. 앞서 부산 동래구에서 온천수 배관이 파열되고 광안리 바닷가에서 수만 마리의 개미떼가 이동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심해에서 사는 대형 어종인 홍투라치가 거제도의 한 해수욕장에 떠밀려오기도 했다. 사람들은 지진의 전조 현상이라며 불안해했지만 국민안전처는 '괴담'으로 치부했다.

'괴담'이 퍼진 지 한 달여 만에 괴담의 실체인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지진 전조현상에 대한 연구 조사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온라인에서 퍼지고 있다. 이외수씨는 트위터를 통해 "경상도 일대의 원인 모를 가스 냄새가 정말로 지진과 무관한 것인지 재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 만약 지진의 전조현상이었다면 큰 피해를 예방할 수도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씨는 "지난번 가스 냄새를 지진 전조가 아니냐고 걱정했을 때 공단에서 나온 가스냄새라고 정부가 잡아뗐죠. 그때부터 정부는 대체 뭘 한 걸까요?"라며 정부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했다.

그러나 김광희 부산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13일 오전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번 같은 경우는 우연히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지진이 발생해 ‘그때 그 현상이 지진의 전조현상이 아니었느냐’ 이런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다”고 입을 열며 “지진의 전조현상이라는 건 없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화산지대 같은 경우에 화산이 폭발하기 전에 뭐 화산에서 방출되는 분출되는 가스의 성분이 바뀐다던가 아니면 그 아주 작은 미소지진의 횟수가 많아진다든가 이런 변화가 있다”며 “우리가 살고 있는 경주나 부산, 울산 이런 지역은 화산지역이 아니다. 그래서 이런 지역에서 어떤 그런 가스냄새라든가 뭐 곤충이 움직였다, 구름이 이상하다 하는 걸 지진하고 연관시킨다는 건 (우리 실정에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경주 지역에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 여부에 대해선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엇갈리지만 우리나라에서 지진 공부하시는 분들이 경주지역에서 규모 6.5정도의 지진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나라 역사 지진 발생이력을 보면 779년에 경주에서 규모 6.7의 지진이 발생해 100여명 사망했다는 기록이 있다”며 “‘가까운 미래에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답을 하긴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리가 과거에 겪어왔던 정도의 크기는 앞으로 또 언제든지 올 수 있다고 봐야 되는 게 맞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지진 괴담'이 끊이지 않는 밑바탕에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크다는 게 한결 같은 지적이다. '믿고 따르라', '찬성 아니면 반대'와 같은 일방적 태도가 불신과 괴담을 키우는 근본 원인이란 것이다.

'음모론의 시대'의 저자인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음모론은 세상이 불확실해지고 불안전해질수록 창궐한다"며 "한 사회에서 음모론이 유행하고, 음모론이란 딱지가 횡행하는 것은 그 사회가 위기에 처했음을 보여주는 징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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