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틈 없는 채용설명회
[김선숙 기자]올해 하반기 신입공채를 실시하겠다고 나선 증권사가 전체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황 부진과 대형 증권사의 인수·합병(M&A)으로 인한 인력 감축이 증권사 취업문을 옥죄는 것으로 보인다.

17일 국내 주요 증권사 20곳의 인력 채용 계획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신입 채용을 결정한 증권사는 절반 수준인 10곳에 불과했다.

반면 하반기 채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곳은 2곳, '미정'이라고 답한 곳은 3곳으로 조사됐다. 하반기 신입공채를 진행하지 않는 증권사는 5곳에 달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전년 채용 인원 대비 올해 신입 채용 인원을 늘린 유일한 증권사로 나타났다. 지난해 약 70여 명의 신입사원을 최종 선발한 한국투자증권은 올해에도 100여 명의 신입 사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8일 서울대학교 채용설명회를 시작으로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을 방문해 직접 인재를 발굴한다고 밝혔다.

전년과 같은 수준의 신입 채용을 진행하는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100여 명) 외에도 ▲신한금융투자(70여 명) ▲삼성증권(60여 명) ▲동부증권(10여 명) ▲키움증권(10여 명)으로 조사됐다. ▲SK증권 또한 하반기 공채를 통해 두자리 수의 신입사원을 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경력 91명을 채용하는 대신 신입공채를 실시하지 않은 미래에셋증권은 이달 진행중인 공채를 통해 약 20~30명의 인원을 선발할 예정이다.

인수·합병과 관련된 증권사들은 정확한 채용 규모를 밝히기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대형증권사의 합병에 따른 인력 감축이 지속될 전망이다.인수·합병 이슈를 겪은 미래에셋대우와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온 하이투자증권은 올해 하반기 공채 계획이 있으나 채용 인원에 대해서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대형 증권사 인수·합병 의지를 밝힌 한화투자증권도 하반기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나 세부사항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올해 뽑는 인원이 유동적이라 지금까지 몇 명을 신규로 채용할 지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 또한 지난 2014년 인수·합병을 단행한 뒤 신규 채용에 뜨뜻미지근한 모습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이 합병되며 양사 인력의 업무중복 문제로 2014년 채용 이후 신입 채용이 없었다"며 "올해의 경우는 채용여부를 검토 중이며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HMC투자증권도 하반기 채용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투자와 대신증권, 현대증권은 올해 하반기 신입 공채 여부에 대해 '미정'이라고 밝혔다.

하반기 채용을 실시하지 않는 증권사는 ▲KB투자증권 ▲유안타증권 ▲LIG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IBK투자증권으로 조사됐다. KB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IBK투자증권은 인력이 추가로 필요할 경우 수시 채용으로 인원을 보충할 계획이다. LIG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은 신입 공채가 없는 대신 인턴을 신입 사원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베스트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신입공채로 15명을 채용했으나 올해 하반기는 공채 예정이 없다"며 "지난달 신입사원 2명을 수시로 채용하는 등 현업부서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수시 채용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채용에 소극적인 건 대형 증권사들의 잇따른 인수·합병(M&A)으로 인한 인력 감축 외에도 올해 상반기 업황 부진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증권사들의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반토막이 났다.

지난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10개 증권사의 반기순이익은 645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2300억원에 비해 47%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지난해 같은 기간(5.46%)의 절반수준인 2.67%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가 업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신입 공채를 무리하게 실시하는 것은 증권사에 큰 부담"이라며 "실적이 좋아진다고 해도 인수·합병 등의 이슈가 있는 증권사들은 신입 사원 채용을 주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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