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검찰의 칼끝이 롯데 총수일가를 향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일 검찰 소환을 앞둔 가운데 롯데 총수 일가는 3개월 넘게 이어진 롯데에 대한 고강도 수사로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영자, 신동주, 신동빈, 신유미 등 가족 모두가 재판에 넘겨질 수 있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총수일가 측 운신의 폭이 극도로 좁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때문에 향후 그룹 경영은 일본인 경영진과 주주들의 영향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고강도 수사 착수 배경 중의 하나가 국부 유출에 대한 우려였지만, 오히려 논란은 더 증폭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또 총수일가 전원이 사법처리될 경우 롯데의 향후 사업구상과 대규모 투자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우선 지난해부터 이어진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인 롯데그룹이 투명하고 깨끗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검찰이 롯데의 환부를 명쾌하게 도려내지 못하고 앞서 '포스코 수사'의 전철을 밟을 경우 오히려 기업 운영에 엄청난 혼란만 가져다주는 결과는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않다.

실제로 검찰의 고강도 수사 여파로 호텔롯데 상장 등 지배구조와 관련된 그룹의 쇄신 작업도 전면 중단이 불가피하게 됐으며, 화학분야 인수합병, 롯데월드타워 공식 개장, 롯데면세점 사업권 재승인 등 롯데그룹 전반에 걸친 주요 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유통부문은 회사채 발행이 막히는 등 유동성이 경색됐고, 협력사 피해 우려도 심화되고 있다. 국내 1위, 세계 시장 3위의 롯데면세점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무려 3000억원을 투자한 월드타워점의 특허 재취득도 한치 앞을 볼 수 없게 됐고, 신성장 동력으로 추진했던 면세사업 해외 진출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롯데의 3대 주력 사업분야인 유통·서비스·관광에서 발생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가경제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가장 우려되는 것이 '고용 경색'이다. 고용계수가 높은 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롯데그룹의 직·간접 고용 규모는 35만명 수준으로 어지간한 중견도시의 인구 수를 넘는다. 재계에선 롯데의 사업 피해와 성장동력 부재가 장기화될 경우 고용 위축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의 고강도 수사와 지난해부터 이어진 형제간 경영권 분쟁 속에 최악의 경우 일본인이 '어부지리'로 한일 롯데의 총괄 경영권을 쥘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만약 신동빈 회장이 구속될 경우 '경영권 리스크'가 극대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신 회장 측근의 일본인 전문경영인 츠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롯데홀딩스 사장 등의 변심 가능성은 엿보이지 않고 있지만 신 회장의 구체적 비리가 드러날 경우엔 상황이 달라 질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앞서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승기를 잡았던 신동빈 회장은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를 성공적으로 상장한 이후 일본 측 지분을 줄이고, 자신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실질적 지분 확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지만 검찰의 수사와 맞물리면서 무산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격호, 신동빈, 신동주 등 롯데 총수 일가뿐 아니라 국내 전문경영인들의 발목이 잡히게 되면 일본 측 입김이 세 질 것이라는 우려를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면서 "불법과 비리를 저지른 것에 대한 처벌은 분명히 있어야겠지만 '재벌 벌주기' 식으로 수사가 마무리 되어 롯데그룹 전체를 위기로 몰아가선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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