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미국의 애플이 라이벌 삼성전자 본사가 위치한 서울 강남에 직영인 ‘플래그십 매장’을 열기 위해 부지를 물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리콜로 반사 이익을 챙겨온 이 회사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으로 적진 한복판에 대규모 매장 오픈을 추진중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22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최근 임원들을 한국의 서울에 보내 스마트폰 제품을 판매하고, 브랜드도 알릴 ‘직영 매장’이 들어설 부지를 물색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애플이 매장 후보지로 저울질하는 곳은 ▲삼성전자 본사가 있는 강남역 인근과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쇼핑거리다.

플래그십 매장은 브랜드를 알리고 제품도 판매하는 두가지 역할을 한다.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할 최첨단의 인테리어를 갖추고, 매장 공간도 상대적으로 넓은 것이 특징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고객들이 몰리는 주요 상권에 주로 구축한다. 한국에서는 서울의 가로수길·강남역·논현동·압구정동·명동·홍대·신촌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에서 시총이 가장 높은 이 기업이 서울에서 플래그십 매장 부지 물색에 나선 것은 미묘한 시점에 이뤄졌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 7의 배터리 불량으로 리콜을 실시하는 등 고전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시장 애널리스트들은 이 제품 250만대 리콜에 따른 손실 규모가 10억 달러(약 1조1048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애플은 그동안 상하이나 푸저우 등 중국에서는 이러한 직영 매장 36곳을 운영해왔다. 또 홍콩에서 6곳, 일본에서 7곳을 각각 운영해왔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직영 매장을 출점하지 않아 홀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서울 명동과 영등포 등에 있는 매장은 현지 사업자와 계약을 맺고 관련업무를 위탁한 프랜차이즈점'에 가깝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아이폰을 앞세운 애플과 강력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 왔다. 이 회사는 올해 2분기 22.3%에 달하는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21.8%)에 비해 0.5%포인트 상승한 규모다. 삼성전자는 LG전자와 더불어 한국에서도 스마트폰 시장의 8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WSJ은 “한국은 애플에 아주 힘겨운 시장이었다”면서 “매력적인 플래그십 매장을 서울에 출점하는 것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텃밭에서 제대로 한번 붙어보겠다는 이 회사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