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
새정치 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8일 기초선거 정당공천 문제와 관련해 "당 최고위원회 논의를 거쳐 기초선거 공천 폐지에 대해 국민과 당원들의 뜻을 묻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안철수 스스로 “절대 없다“는 기초선거 무 공천에 대한 '안철수표 새정치'가 또 현실의 벽에 부딪쳐 좌초위기에 처했다.

오늘 그는 그토록 믿고 의지하던 "국민’에게 또 묻고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안의원에게 묻고 싶다. 당신이 이야기하는 ‘국민’은 과연 누구를 두고 말하는지를..

 춘추전국시대 魯(노)나라에 미생(尾生)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약속을 목숨처럼 중요하게 생각해 반드시 지키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어느 날 그은 애인과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하고 제시간에 약속 장소로 나갔으나 웬일인지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계속 기다리고 있던 중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개울물이 갑자기 불어났다.

 그러나 미생은 '이 다리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으니 이 자리를 떠날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그 자리에서 교각을 끌어안은 채 버티다 급류에 휘말려 떠내려가 죽고 말았다.

 미생을 두고 신의의 인물이라는 평이 있는 반면, 너무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어리석은’ 인물이라는 평가가 있다.

 장자(莊子)는 <도척편>에서 공자가 유명한 도둑 도척을 개심시키려 미생(尾生)의 이야기를 들려준 일화를 소개했다.

 미생 이야기를 다 들은 도척은 "이런 인간은 책형(磔刑)당한 개나 물에 떠내려가는 돼지, 아니면 쪽박을 들고 빌어먹는 거지와 다를 바 없다"며 "사소한 명분에 끌려 진짜 소중한 목숨을 소홀히 하는 자이며 진정한 도리를 모르는 놈"이라고 통렬히 비난했다.

 사기(史記) 소진전(蘇秦傳)에도 나오는 이 말은 '약속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의미 있지만 명분에 치우쳐 일을 그르치지 말라'는 얘기로 한번쯤 되새김질해 볼만하다.

그러나 오늘의 '무공천 여론수렴'은 명분도 없다. 소위 그들만의 리그에서 룰을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바로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초선거 무(無)공천과 관련해 국민과 당원의 여론을 묻기로 한 데 대해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다행"이라 논평하면서 "이런 방식이 당내 논란을 잠재우고 무공천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은 아닌지 궁금하다. 만일 국민 여론과 당원 의견이 상반되게 나올 경우에는 어떤 입장을 취하실지 밝혀 달라"고 날을 세우지 않는가 

왜 이렇게 됐나? ..이 방법 밖에 없었나?

정당공천제 폐지공약은 분명 박근혜 대톨령의 책임도 없지 않은 사항이 아니던가.

적어도 야당의 대표라면 이 대목에서 '배수의 진'을 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한다. 비록 그것이 민심과 당심에 반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정치는 산수가 아니다. 어려운 방정식이 있는 수학이다"

안철수 대표의 '대표'가 오늘따라 무거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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