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숙 기자]한미약품의 8500억원짜리 신약 수출 계약이 없던 일로 됐다.

다국적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은 지난해 7월 한미약품에게 계약금 8500억여원에 사들인 기술로 진행하던 폐암신약개발을 포기하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미약품은 지금까지 수령한 계약금과 기술료 등 718억여원을 제외한 나머지 돈은 받을 수 없게 됐다.

한미약품의 폐암 표적치료제인 '올무티닙'을 투여한 환자 가운데 2명이 심각한 피부이상 반응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30일 국내 소비자 단체와 의약 전문가 등에게 안전성 서한을 배포한다고 밝혔다.

'올무티닙'은 한미약품이 지난해 7월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 수출한 국내 27번째 신약으로, 비소세포폐암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를 투여한 환자 731명 가운데 3명에게서 중증피부이상반응이 발생, 이 가운데 한 명은 회복됐지만 두 명은 결국 숨졌다.

중증피부이상반응을 나타낸 3명 가운데 두 명은 '독성표피괴사용해'(TEN), 한 명은 '스티븐스존슨증후군'(SJS)으로 밝혀졌다.

보통 피부박탈이 체표면적 대비 10% 미만인 경우 SJS, 30% 이상인 경우 TEN으로 분류된다. 숨진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은 TEN으로, 다른 한 명은 SJS 증상을 보인 뒤 질병 진행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베링거인겔하임은 임상 자료와 향후 시장 가능성 등을 고려, 해당 약물의 개발을 중단하고 모든 임상적 권한을 한미약품에 반환한 상태였다.

식약처 관계자는 "향후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 등 절차를 거쳐 판매중지 등 추가 안전조치 필요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30일 코스피는 한미약품 계약 취소 소식에 영향을 받고 2040선으로 밀려났다.

한미약품 주가가 30일 호재와 악재가 번갈아 터진 영향으로 롤러코스터 흐름을 보였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한미약품 주가는 전날보다 18.06% 급락하며 연중 최저치인 50만8천원에 마감했다.

1조원 규모의 표적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는 전날 장 마감 후의 공시로 5%대 급등세를 보인 이날 장 초반에 매수한 투자자라면 최대 24%가량의 손실을 볼 수 있었던 셈이다.

한미약품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도 비슷한 주가 흐름을 보여 18.28%(2만5천500원) 빠진 11만4천원에 거래가 끝났다.

한미약품 시총은 5조3천10억원으로 하루 만에 1조1천억원 이상 쪼그라들었다. 한미사이언스도 18.28% 급락하며 시가총액이 1조5천억원 가량 증발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날 개장 전까지만 해도 작년 세계적 제약기업인 스펙트럼, 일라이릴리, 베링거잉겔하임, 사노피, 얀센 등과 8조원 규모의 초대형 기술수출 계약을 연이어 맺은 데 이은 '연타석 홈런'이라고 전날 맺은 기술수출 계약을 호평하면서 한미약품 목표주가를 120만원대까지 높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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